애스턴마틴, 이름만 들어도 수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스완 윙 도어, 영국신사, 스포츠카, 007... 등등 많은 수식어를 떠올리며 애스턴마틴이라는 브랜드를 상기시키곤한다. 1913년 처음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해 무려 106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자동차를 만들어온 애스턴마틴. 그들의 역사 속에는 어떤 자동차들이 잠들어있을까?
※1편 참고
마지막 선물입니다. DP212
(1962)
애스턴 마틴은 르망 레이스(24시 내구 레이스와 다른 레이스)에서 우승을 연이어 하자 공식적으로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레이싱을 떠났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레이싱에 참가하는 일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불러온다. 이에 애스턴 마틴을 판매하던 딜러들은 애스턴 마틴이 레이스를 그만두지 않기를 바랬고 따라서 애스턴 마틴은 공식적으로 참가하지는 않지만 고객들이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도록 레이싱에 최적화된 DP212를 판매하게 된다.
DP212에는 DB4를 제작하던 기술들이 녹아들어있었고 공기역학적 설계와 가벼운 무게를 지니면서 레이스카의 성격을 가졌다. 차량에는 4.0L 직렬 6기통엔진이 얹어졌고 최대출력 327마력, 최대토크 290lb.ft의 성능을 발휘해 최고시속은 290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이후로 애스턴 마틴은 212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214와 215를 제작하게 되며 이 두 차량은 시속 300km/h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며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프로젝트 카로 만들어진 DP212, DP214, DP215 모두 많은 경주에 참가하였지만 강력한 성능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가 선택한, DB5
(1963)
DB5는 애스턴 마틴을 모르는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자동차이다. 1964년에 개봉한 007 골드핑거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로 DB5가 등장하게 되고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애스턴 마틴과 007의 상징과 같은 자동차로 유명해지게 된다. 영화처럼 총이 발사되고 좌석이 사출되지는 않지만 애스턴 마틴의 DB 라인업인만큼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4.0L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최대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288lb.ft의 성능을 지니고 있으며 시속 233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놀랄만큼 강력한 성능은 아니지만 나름데로 그랜드 투어러라는 목적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지켜냈다.
많은 사람들이 쿠페 모델만 알고 있지만 컨버터블 모델도 존재하며 007의 영향으로 지금도 DB5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꽤나 유명했던, DB6
(1966)
완벽했던 DB4, 제임스 본드로 명성을 얻은 DB5로 인해 다소 위축되었지만 나름 앞서 나온 두 모델의 단점을 보강하여 나온만큼 차량의 완성도는 꽤나 높았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DB5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다가 사용했지만 외적인 부분에서도 차이를 보여주며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다.
DB6에는 4.0L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되어있고 최대출력 325마력, 최대토크 290lb.ft의 성능을 갖췄다. DB6는 2,000대가 넘는 생산량으로 인해서 희소성은 감소하였지만 컨버터블 모델에 볼란테(Volante)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면서 희소성으로 인해 차량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한다.
V8에 대한 준비, DBS
(1967)
애스턴 마틴은 발전된 디자인과 새로운 엔진으로 변화를 주고자 했다. 카로체리아에 맡기던 디자인은 당시 새로 영입된 디자이너 윌리엄 타운즈(William Towns)가 담당했고 그는 DBS를 그려냈다. 엔진 역시 기존 직렬 6기통 엔진이 8기통 엔진으로 신선함을 주고자 했지만 당시 8기통 엔진이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렬 6기통 엔진을 그대로 이용하게 된다.
그리하여 3,995cc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되었고 최대출력은 325마력, 최대토크 29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시속 100km/h까지는 7.1초의 시간이 걸렸고 최고시속은 229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8기통이 아닌 기존 엔진이 장착되었지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나름데로의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직렬 6기통 엔진도 만족스러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8기통 엔진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서 1969년 애스턴 마틴은 완성된 8기통 엔진을 얹은 DBS V8 모델을 내보이게 된다.
DBS V8은 5,340cc의 V8기통 엔진을 얹고 최대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55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8기통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괴력은 시속 257km/h의 빠른 속도를 보여주었고 100km/까지 가속하는데에는 6초가 채 안걸렸다. 드디어 DBS가 완벽한 그랜드 투어러로 거듭난 것이다.
다시 찾아온 애스턴 마틴의 암흑기
(1970년대 초)
잘 나가던 애스턴 마틴도 1972년 데이빗 브라운이 회사를 떠나면서 힘든 길을 다시 걷게 된다. 데이빗 브라운의 손을 떠난 애스턴 마틴은 컴퍼니 홀딩스(Company Holdings)의 손에 들어갔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별로 없었던지라 제대로된 모델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모델들을 다시 생산하기 바빴다.
다시 태어난 DBS V8?, AM V8
(1972)
새로운 주인이 생긴 애스턴 마틴은 DB 시리즈의 네이밍을 없애면서 새로운 새로운 이름들로 불리기 시작했다. AM V8은 기존 DBS V8의 외관 디자인을 훨씬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량의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5,340cc V8 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20lb.ftt의 성능을 발휘했고 시속 239km/h까지 질주할 수 있었다. DBS V8이 가지고 있던 성능을 최대한 유지시키면서 그랜드 투어러로써의 자격은 충분했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AM V8을 만들어낸 컴퍼니 홀딩스가 운영하는 애스턴 마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74년말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면서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모든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렇게 애스턴 마틴은 사라지는 듯 했으나 다행히 미국인 피터 스프라그(Peter Sprague)가 애스턴 마틴을 인수하면서 공장이 가동되었고 그들은 성공적인 모델을 발표하면서 애스턴 마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독특한 디자인, 이로인한 예약폭주, Lagonda(Series ll)
(1976)
피터 스프라그가 이끄는 애스턴 마틴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장거리 운행을 위한 차량이 아닌 세단 형태의 차량을 만들기로 한다. 이에 수석 디자이너였던 윌리엄 타운즈가 독특한 디자인을 내놨고 사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출시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이 차량을 시리즈2라고 부르는 이유는 데이빗 브라운 시절에 DB4 모델을 기반으로 라곤다 시리즈1을 제작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조한 판매량과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단 7대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시리즈2는 고배기량 V8 엔진을 탑재하고 무거운 무게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세단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공개함과 동시에 예약이 빗발쳤다. 기존에 사용하였던 5.3L V8기통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최대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36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최대속도는 230km/h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데에는 8초면 충분했다. 중동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라곤다는 생산을 시작한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645대가 제작되면서 많은 수익을 애스턴 마틴에게 가져다 준다.
영국 최초의 슈퍼카? V8 Vantage
(1977)
라곤다의 성공으로 애스턴 마틴 공장은 밀린 주문으로 쉴틈 없이 돌아갔다. 활력을 되찾은 애스턴 마틴은 당시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만큼의 화끈한 성능을 가질만한 슈퍼카가 없었다. 그리하여 V8 모델을 되살리고 새로운 차량을 만들어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기존 V8 모델을 강화하고 보완하여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엔진도 보완되어 기존 V8 엔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조율된 5.3L V8 엔진은 최대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00lb.ft의 성능을 가졌고 274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속 100km/h까지 단 5초만에 도달할 수 있는 가속력을 보여주며 거친 차량의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등장했던 슈퍼카들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지녔고 많은 사람들은 V8 밴티지에 열광했다. 이로인해 V8 밴티지는 영국 최초의 슈퍼카로 불리기도 한다.
애스턴 마틴 최초의 하이퍼카, Bulldog
(1980)
애스턴 마틴은 잘 나갔지만 사실 람보르기니가 쐐기 디자인의 강력한 미드십 엔진으로 주목받으면서 그들을 견제할 수 밖에 없었다. 애스턴 마틴은 자신들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해서 컨셉카를 제작했고 이를 갈며 제작한 이 컨셉카는 양산으로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슈퍼카들을 제압할만큼의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목표 도달 속도였던 322km/h에 도달하기 위해 트윈터보가 장착된 5.3L V8 엔진을 얹었고 ZF에서 제작한 5단 수동 변속기와 결합하여 최대출력 650마력(테스트 당시 700마력이 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최대토크 55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322km/h로 목표하던 수치에 도달했고 강력한 성능과 빠른 속도로 당시 하이퍼카와 같이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어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 시제품 단 한 대만이 남은 것은 결점이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하는 애스턴 마틴
(1981)
불독 이후로 애스턴 마틴은 1981년 석유 위기와 함께 매출이 떨어지며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애스턴 마틴을 다시 세우기 위해 영국인 사업가가 컨소시엄을 결성했고 이후로 많은 후원자들로 인해서 애스턴 마틴은 살아남게 된다. 이후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가토와의 특별한 모델을 만들고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부활을 외쳤다.
이 위기 속에서 포드는 애스턴 마틴의 지분 75%를 갖게 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자가토와의 협력, V8 Zagato
(1986)
애스턴 마틴은 DB4 GT 자가토 모델을 통해서 자가토와 협력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다. 이에 애스턴 마틴은 당시 희귀한 스포츠카에 열광하던 콜렉터들을 위해서 자가토와 다시 한 번 손 잡고 새로운 디자인의 차량을 만들어낸다. V8 밴티지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V8 자가토는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단 50대만이 제작되었지만 공개한지 한 시간만에 성공적으로 모든 차량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쿠페 모델이 많은 인기를 끌자 애스턴 마틴은 V8 자가토 볼란테 모델을 제작했고 25대만 판매하려 하였지만 인기로 인해서 37대를 제작하게 되었다. 두 차량 모두 5.3L V8 엔진을 탑재했고 최대출력 432마력, 최대토크 400lb.ft의 성능으로 시속 100km/h까지 4.8초만에 도달해 가속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렇게 자가토와의 두번쨰 협력도 성공적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새로운 V8을 원한다. Virage
(1989)
애스턴 마틴은 신선함과 새로움을 주기 위해 기존 V8 엔진을 포기하고 새로운 8기통 엔진을 탑재하였고 초창기에는 꽤 인기를 끌었지만 점차 매출이 떨어지면서 비라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5.3L의 업그레이드된 엔진과 3단 자동 변속기가 결합하여 최대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350lb.ft의 성능을 발휘헀으며 최고속도는 249km/h이었다.
비라지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애스턴 마틴은 더 높은 배기량을 가진 8기통 엔진을 비라지에 얹었고 나름데로 판매량을 유지하는데에는 성공했다. 6.3L V8 엔진을 탑재하면서 휠 아치와 타이어를 넓혔고 최대출력 465마력, 최대토크 460lb.ft의 성능을 발휘헀다. 제로백은 5.5초, 최고시속은 280km/h로 꽤나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3편에서 계속...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Netcarshow
카테고리: 자동차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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