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뿌리깊은 핫해치 르노 클리오가 국내시장에 등장하였다. 국내의 저조한 소형차 시장에 클리오가 끼어드는 것이 조금은 불리한 조건일지도 모르지만 국내 소형차보다 훨씬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며 클리오와 르노가 차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르노의 '로장주(프랑스어로 마름모라는 의미)' 엠블럼을 장착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하는 클리오에 대해 알아보자.
유럽에서는 잘나가는 핫해치!
로장주 로고와 함께 등장한 클리오가 대한민국 땅에서는 다소 큰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에 엑센트와 프라이드가 소형차 시장에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클리오도 유럽에서 나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형차이다. '르노5'의 후속으로 1990년 파리오토살롱에서 처음 선보인 클리오는 상당한 인기를 끌며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고성능 모델을 만들었던 르노5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클리오도 고성능을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2016년에 출시된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올해 5세대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생소한 로장주 엠블럼 그리고 첫인상
키를 받아들었을때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로고가 아닌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이 박힌 스마트키가 굉장히 어색해보였다. 아마 자동차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가끔가다 르노삼성 SM 시리즈에 로장주 엠블럼을 붙이고 다니는 차량을 봐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리오의 생소한 모습과 로고를 보며 관심을 보였다.
클리오의 첫인상은 굉장히 친숙하다. 나름 동글동글 귀여운 매력을 가지면서도 엠블럼 때문일까, 약간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앞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큰 눈망울 같은 헤드램프. LED 램프로 어두운 밤에 굉장히 밝은 시야를 보여주었으며 사이드 리피터를 위쪽에 배치하고 아래쪽에는 현재 르노의 패밀리 룩이라고 할 수 있는 'ㄷ' 모양의 주간주행등으로 르노의 색과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 사이를 이으며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작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냉각은 주로 아래쪽에서 담당하고 있다.
클리오는 전장 4,060mm, 전폭 1,730mm, 전고 1,450mm의 크기로 기존 국산 소형차와 비슷한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뒷도어는 도어캐치를 위로 배치하면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앞도어는 큰 크기와 창문을 가지고 있어 마치 3도어 해치백과 같은 모습을 연상캐 한다. 더불어 앞유리와 좌우 창문의 크기가 커 굉장히 넓은 시야를 볼 수 있어서 운전에 용의하였다.
클리오의 뒷모습은 작은 크기와 세그먼트로 차량이 가볍게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볼륨감을 최대한 살렸으며 특히 뒷펜더 부분의 굴곡과 볼륨으로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주고 테일램프 주변에도 굴곡을 살려내어 최대한 빵빵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테일게이트 하단의 크롬 장식과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면발광이 돋보이고 로장쥬 엠블럼 가운데에는 후방 카메라가 장착되어있다.
실내, 이 정도면 충분하지!
클리오의 실내로 들어서면 직물 시트와 두터운 스티어링 휠이 반겨준다. 실내 크기는 소형차에서 기대할만한 정도. 넓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생각보다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페시아에는 피아노 블랙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하였고 간단한 공조버튼과 AVN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10만 원정도를 더 지불하면 AVN을 분리할 수 있는 태블릿PC로 변경할 수도 있다. 클러스터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클리오보다 먼저 국내 시장에 등장하였던 QM3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뒷좌석은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주로 1열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절대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2열 시트는 직물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움은 물론, 몸의 움직임을 조금 더 잘 잡아주지만 90도에 가깝게 서있어 포근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정숙성도 꽤나 뛰어나다. 하체 소음과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엔진음이 유입되긴하였지만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는 정도였다.
트렁크 공간은 300L로 큰 공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헤치백 특성상 부피가 큰 짐을 쉽게 실을 수 있고 폴딩 시 최대 1,146L까지 늘어나기에 트렁크 공간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디젤만 들어온 클리오 하지만 만족스럽다.
국내에 들어온 클리오는 디젤 모델만 들어왔다. 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출력과 좋은 연비까지 만들어내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클리오에 탑재된 엔진은 유로6 기준에 맞춰진 1.5L dCi 디젤 엔진으로 QM3와 동일한 엔진이다. 독일 게트락 사의 듀얼클러치와 결합하여 최대출력 90마력(4,000rpm), 최대토크 22.4kg·m(2,500rpm)의 출력을 발휘한다. 다소 낮은 성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부족함 없이 잘 움직여준다.
디젤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결합으로 꽤나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제원 상 연비는 도심 16.4km/l, 고속도로 18.0km/l, 복합 17km/l이며 전혀 연비운전을 하지 않고 돌아다녔지만 항상 17.6km/l의 연비를 보여주었다. 스탑 엔 고 시스템과 연비운전을 한다면 20km/l까지는 충분히 나올 수 잇을 것으로 보인다.
운전의 재미까지 챙긴 클리오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지만 유럽에서는 핫해치로 불리는 고성능 버전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 들어온 클리오도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단단하고 견고한 듯한 하체로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물론 묵직한 움직임으로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의외로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토션빔을 장착한 차량 치고는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 덜했으며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이 우수하여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잡아돌리는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디젤엔진을 장착하였기에 둔하고 느린 가속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재빠른 가속력을 보여주었고 듀얼클러치의 변속과 함께 가속력이 배가 되며 손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듀얼클러치는 업 쉬프트는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운 쉬프트는 늦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잘 달리는만큼 잘 멈추기도 해야한다. 클리오는 전륜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였고 후륜에는 드럼 브레이크를 장착하였다. 뒷바퀴에 장착된 드럼 브레이크로 제동력을 의심하였지만 제동 시 하중이 실리는 곳은 앞쪽이기에 빠른 속도에서도 클리오는 곧 잘 멈춰섰다.
이런 전체적인 퍼포먼스 부분은 동급 차량 중에서 클리오가 가장 뛰어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주행 중 다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원래 클리오에는 고성능 썸머 타이어가 끼워져 유럽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계절이 뚜렸하다는 이유로 사계절용 타이어인 넥센 엔페라 AUS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 자동차의 주행성능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면과 직접적으로 닿는 타이어이다. 코너링 시 조금 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조금 더 좋은 타이어를 끼워준다면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부분은 많은 오너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건 좀 아쉽더라...
실내에서의 아쉬운 점을 찾아보면 내장제의 품질이나 마감이 깔끔하지 못했고 변속 레버와 같은 조작감이 다소 고르지는 못했다. 또한 클리오에는 센터 콘솔 없이 팔걸이에 작은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고 그 앞에는 컵홀더가 없어 따로 르노에서 제공하는 악세사리로 가져다 끼워 놓은 컵홀더가 대체하고 있다. 없는 것 보다는 좋지만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 더불어 경고음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데 정작 계기판에서는 아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서 어떤 것 때문에 경고음이 울리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경고음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운전자를 의아하게 만드는 경고음 몇 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클리오의 아쉬운 점은 가성비이다. 클리오는 최소 1,99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풀옵션)2,450만 원까지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가격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른 차량으로는 같은 B 세그먼트인 엑센트와 프라이드는 물론, 현대 아반때, 아이오닉, i30, 기아 K3, 등을 구입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오를 사야하는 이유가 궁금해질 것이다. 더 큰 크기의 차량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오를 선택해야하는 이유는 고성능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강력한 퍼포먼스와 실용성 그리고 깊은 역사에서 우러져 나오는 매력이 클리오를 끌리게 하는 부분이다.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면 직접 클리오를 타보라.
클리오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잘 다져진 유럽의 뿌리깊은 핫해치' 라고 표현하고 싶다. 소형차이지만 전혀 소형차 같이 느껴지지 않으며 예상 외의 반전을 보여주는 등 의외로 매력이 많은 차량이다.
국내에서는 작은 차보다 큰 차의 인기가 막강하다보니 소형차 시장은 그야말로 황무지와 같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 등장한 클리오에 대한 관심은 적지만 언젠간 국내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오토모빌매거진
카테고리: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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