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일본이 일방적으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관련 소재들의 수입이 힘들어졌다. 이후 일본이 백색 국가에서 대한민국을 제외시키면서 국내 산업에서 기대고 있었던 일본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자 국내에서는 탈일본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이로써 한일간의 경제 전쟁이 시작되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많은 산업이 위기에 몰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어떨까? 의외로 자동차 산업은 다양한 부분에서 오래 전부터 국산화를 위해서 노력해왔고 거의 대부분이 국산화를 이루었기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설비에 있어서는 아직 국산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기에 탈일본을 위해서라면 더 노력해야하는 부분이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완벽한 국산화를 이루고자한다면 어쩌면 지금의 위기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동차 산업은 벌써 완벽한 국산화를 이루어냈고 앞으로 자동차 산업이 국산의 높은 기술력으로 차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자동차 산업 국산화의 시작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969년 겨울로 돌아가야한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국산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기술과 부품을 수입해 차량을 조립하여 국산화율이 38% 밖에 되지 않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등 자동차 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당시 정부의 계획은 3년안에 100% 국산화율을 높인 자동차를 제작하겠다는 것. 3년 만에 자동차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부는 꽤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서 나름 순차적으로 국산화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
70년도부터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주물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자동차 회사들도 정부와 함께 직접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엔진 공장 건설에 서둘렀다. 그렇게하여 첫번째로 엔진 공장을 세운 회사는 73년 소하리에 공장을 지은 기아자동차였다. 이후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와의 기술계약을 맺고 국산화 계획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등 각 회사들은 서로 돕는 듯 경쟁하며 정부의 국산화 계획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당시 3사 중 가장 늦은 출발이었지만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통해서 다른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 도전과 노력은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 즉 높은 국산화율을 가지고 있던 자동차를 3사 중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와 맺은 기술제휴와 함께 포니의 성공을 위해 이탈디자인 사에 디자인을 맡기겨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포니의 첫 등장은 1974년 11월 이태리에서 개최된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현대자동차의 포니를 선보이게 된다. 해외시장까지 노린 현대 포니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출시한지 5년이 지난 79년에는 4만 6천대의 판매량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이때 포니의 국산화율은 무려 90%. 거의 끝까지 달성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적인 포니의 국산화로 지금은 99%, 거의 100%에 가까운 국산화가 이루어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만으로도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기계장치인 엔진부터 전장부품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며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국산차 대부분이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국산화율은 국가 차원에서 이끌어나간 덕에 빠른 시간 안에 국산화를 이룰 수 있었으며 이로인해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우뚝 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에서는 높은 국산화율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먹고 살아야할 미래 자동차 산업,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에 있어 필요한 소재와 부품들에 대해서 일본의 수출규제로인한 제약이 걸린 것이다.
현재 수출규제로 문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파우치 필름이다. 이 부분은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에서 모두 문제가 되고 있다. 배터리 파우치 팩은 위 사진과 같이 파우치 형 배터리에서 내부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재료를 감싸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복합 소재로 배터리 셀을 안전하게 감싸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일본 배터리 파우치 필름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70%에 가까우며 2차전지 주요 소재 중에서 가장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소재 중 하나이다. 파우치 필름으로 감싸진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를 위한 배터리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를 제작하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애용하고 있기에 규제로 인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로 수출규제로인해서 발목이 잡힌 소재는 바로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굉장히 강한 강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굉장히 가벼운 무게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이다. 자동차의 뼈대부터 부품까지 다양한 부분에 쓰이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강하고 안전하면서 가벼워야하는 수소자동차 넥쏘의 연료탱크를 제작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넥쏘를 떠나서 탄소섬유는 앞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 있어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재 중 하나이기에 탄소섬유 소재에 대한 부분은 항상 염려해두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소재가 수출규제 그리고 자동차 산업과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다행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배터리 파우치 필름도 현재 한 국내 회사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과 함께 협력하여 국산화에 힘쓰고 있고 탄소섬유도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아 국내 여러 기업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곧 국내에서 제작한 탄소섬유로 수소 연료 탱크가 생산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이외에 부품들을 모두 국내 기업에서 조달하고 있고 한 업체가 아니라 여러업체를 통해 공급 받기에 이번 일본 수출 규제에 강한 충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자동차 자체는 규제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자동차와 부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공작 기계들과 생산라인에서 사용하는 제어장치 등이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작 및 생산 기계들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포함될 경우에는 일이 커진다. 현대자동차 자체만 일본 미쓰비시 사의 기계를 사용하고 있고 이외에 2차벤더, 3차벤더 등 많은 협력업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일본의 기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제작한 공작 및 생산 기계들로 대체해도 되지만 공장의 모든 설비를 바꾸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안심해서도 안되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안책을 고려하고 있어야한다.
미래 자동차와 관련하여 또 다른 문제는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이다. 일본이 자율주행자동차의 눈 역할을 위해 사용하는 초정밀 카매라용 광학렌즈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Level 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요즘 자동차를 보면 가까운 미래에 초정밀 카메라용 광학렌즈가 탑재된 부품의 공급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현재 국내에서 뒤늦게 광학렌즈와 모듈에 대한 국산화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이러한 미래 자동차 기술들을 위한 부품 및 기기들은 오랜 시간 연구하고 투자해야하기에 빠르게 진행되야한다고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대한민국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어쩌면 이 위기가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부분을 일본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던 좋은 기술들을 수면 위로 올려주었다.
약 143년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것과 같이 이번에도 일본의 침략이 시작되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우리의 기술독립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지금 국내의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어 우리 힘으로 다시 한 번 독립을 외치며 미래의 대한민국 산업을 지켜나가야 한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Netcarshow / 이외 사진 하단 표기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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