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이름만 들어도 수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스완 윙 도어, 영국 신사, 스포츠카, 007... 등등 많은 수식어를 떠올리며 애스턴마틴이라는 브랜드를 상기시키곤 한다. 1913년 처음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해 무려 106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자동차를 만들어온 애스턴마틴. 그들의 역사 속에는 어떤 자동차들이 잠들어있을까?
※2편 참고
한 번 더 강력! Vantage (V550 / V600)
(1993)
다시 살아난 애스턴 마틴은 비라지에서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애스턴 마틴을 한 번더 선보이고자 했다. 그리하여 밴티지 모델이 다시 개발되었고 1992년 9월 버밍엄 모터쇼에서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다.
먼저 공개된 밴티지 V550은 5.3L V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처음으로 6단 수동 변속기와 결합시켰으며 이를 통해 최대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55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밴티지는 강력한 성능을 기반으로 날렵한 퍼포먼스로 빠른 반응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밴티지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은 조금 더 욕심을 냈다. V550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600마력의 출력을 가진 V600을 선보였고 경주용 개조 자동차로 등장했지만 엄청난 굉음과 말도 안 되는 성능으로 몇 대 생산하지도 못하고 유럽연합의 제재로 도로를 달릴 수 없게 되었다.
궁리하던 포드 대책을 내놓다. DB7
(1994)
DB7은 포드의 궁리 끝에 개발된 차량이다. 지금까지 애스턴 마틴은 소량 생산을 해오면서 재정난에 힘겨워했지만 DB7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어버린다.
DB7은 유려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라인을 가지고 있었고 생산 품질을 향상시켜 차량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폭신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로 애스턴 마틴의 그랜드 투어러 정신은 놓치지 않았다. 이와는 반대로 차량에 3,239cc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되어있었다. 안 어울리는 느낌을 주지만 의외로 DB7에서 뒤처지지 않고 괜찮은 성능을 내비쳤다고 한다. 1,700kg의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었고 335마력의 출력으로 제로백은 6초, 최대 시속은 253km/h에 달했다. DB7의 매력으로 생산을 시작한 1994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2004년까지 7,000대 이상 판매하면서 애스턴 마틴 역사상 가장 많은 대수를 생산했다.
돈 좀 써볼까? V8 Coupe
(1996)
DB7의 성공적인 등장으로 애스턴 마틴은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안정적이자 다시 한 번 8기통 모델을 선보이고자 했고 이전에 출시했던 밴티지 모델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밴티지만큼의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5,340cc V8기통 엔진을 장착하였지만 쿠페 모델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성능이 저하되어 시속 249km/h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데에는 5.9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V8 쿠페는 101대의 쿠페 버전과 63대의 볼란테(컨버터블) 버전이 제작되었고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V8 쿠페는 전 세계 단 2대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12기통 심장을 심다. DB7 밴티지
(1999)
DB7 밴티지는 DB7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살리고 새롭게 개발된 V12기통 엔진을 탑재하면서 더욱 우렁차고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닛 아래에 있는 V12기통 엔진은 애스턴 마틴이 기존에 사용하던 직렬 6기통 엔진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고 최대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1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시속 298km/h까지 질주할 수 있었던 DB7 밴티지는 DB7만큼의 인기를 끌어내며 약 4,500대의 판매량을 만들어냈다. DB7 밴티지는 지붕이 개폐되는 자가토 모델로 만들어 판매되기도 하였다.
21세기에 접어든 애스턴 마틴, Project Vantage Concept car
(1998)
시대 흐름 상으로는 DB7 밴티지보다 먼저 등장했지만 역사의 흐름 상 이 컨셉카를 지금 소개하는 것이 알맞을 것 같다. 프로젝트 밴티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컨셉카는 훗날 뱅퀴시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이 컨셉카의 디자인의 배경이 된 것은 2001년에 출시한 V12 뱅퀴시라는 이름의 차량으로 컨셉카가 공개된 후 약 3년의 시간이 지난 후 양산형 모델이 공개되게 된다. 이 컨셉카를 기준으로 애스턴 마틴은 21세기, 현대 시대에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포부로 시작한 21세기, V12 Vanquish
(2001)
뱅퀴시(Vanquish)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새로운 자동차는 애스턴 마틴의 전통적인 모습과 함께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모습과 방식으로 돌아왔다. 알루미늄 플랫폼을 이용한 섀시와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진화한 애스턴 마틴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안 칼럼의 손에서 탄생한 차량의 디자인은 '프로젝트 밴티지'가 보여주었던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지금까지 이안 칼럼이 디자인했던 차량 중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차량에는 5,935cc V12기통 엔진을 탑재하여 최대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400lb.ft의 성능을 발휘하고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약 5초, 최고 속도는 306km/h까지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835kg의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차량의 반응은 민첩했으며 뒷바퀴로 전달되는 460마력의 출력은 다소 미흡한 전자제어 장치로 제어되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자가토와 콜라보, DB7 Zagato
(2003)
자가토와 애스턴 마틴 사이의 협업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었다. 21세기의 첫 협업 작품으로 DB7을 기반으로 자가토의 예술성이 더해졌다. DB7 자가토의 외관은 풍성해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유려한 라인으로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차량에는 DB7 밴티지에 사용되었던 파워 트레인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5,935cc V12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최대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410lb.ft의 성능을 발휘하여 시속 306km/h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차량의 휠베이스가 기존 DB7보다 짧아지면서 훨씬 민첩한 반응을 보여주었고 V12 엔진은 그 어떤 엔진보다 설렘을 안겨주었다.
자가토 그리고 미국, DB AR1
(2003)
DB7 자가토는 쿠페 모델뿐만 아니라 로드스터 모델로 등장하였다. 이름은 DB AR1이었는데 뒤에 붙은 AR1은 'American Roadster 1'의 준말로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차량을 이야기한다. 당시 DB7 자가토의 판매 승인이 나지 않아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만든 차량이다. 쿠페형과는 달리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12기통 엔진이면 충분히 무마되었다. 또한 오픈 에어링을 통해서 맑은 공기와 하늘을 지붕 삼고 귀를 행복하게 만드는 배기음으로 충분히 차량의 가치가 인정되었다.
개선된 Vanquish S
(2004)
2001년도에 등장했던 뱅퀴시 모델을 개선하고 뱅퀴시 이름 뒤에 S가 더해졌다. 기존 12기통 엔진에서 출력을 높이고 공기역학적 설계와 같은 디테일을 살려 차량의 퍼포먼스를 한껏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로 인해 핸들링이 좋아져 운전의 재미는 더해졌으며 최고 속도도 훨씬 상승했다.
V12기통 엔진에서 최대출력 520마력, 최대토크 425lb.ft의 성능을 발휘하고 322km/h까지 질주할 수 있게 되어 슈퍼카 대열에 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스포츠 성격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고성능을 잘 활용하여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는 GT 성향도 배제하지 않았다.
7다음 9인 이유, DB9
(2004)
애스턴 마틴의 DB 시리즈는 숫자대로 잘 나아가다가 2004년 DB7 다음으로 DB8이 등장하지 않고 DB9이 출시했다. 이러한 네이밍을 한 이유는 DB9이 DB7보다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데 실제 DB9은 8을 건너뛰어도 될 정도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인은 현대 애스턴 마틴이 이어오던 디자인에 날렵함을 더하면서 역동적이면서 클래식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현대의 애스턴 마틴의 인상과 디자인 언어를 확립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차량 앞쪽에는 5,935cc V12기통 엔진을 얹고 최대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42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시속 100km/h까지는 4.9초면 충분했고 최고 시속은 300km/h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DB7보다 훨씬 진화된 성능이었고 GT 성향 차량만의 긴장감과 고급스러움이 내장되어있었다.
DB9은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DB9 볼란테 모델도 출시했으며 볼란테 모델은 최고 시속이 266km/h에 리밋이 걸려있었다.
이제는 스포츠카다! V8 밴티지
(2005)
지금까지 애스턴 마틴에서 선보인 자동차들은 대부분 빨리 달리기보다는 그랜드 투어러, 즉 장거리 여행에 초점을 맞춰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랜드 투어링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포르쉐 911을 경쟁상대로 삼으며 새로운 스포츠카로 V8 밴티지를 제작하게 된다.
DB9을 토대로 디자인되었으며 과감하게 뒷좌석을 제거하고 2인승 스포츠카로 다시 설계하였다. 차량의 길이는 짧아졌고 엔진은 앞쪽에 있었지만 최대한 승객석 쪽으로 당겨 가운데 위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굉장히 민첩한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보닛 아래에는 4.3L V8 기통 엔진이 탑재되었고 수동변속기가 장착되면서 차량의 스포티한 성격이 더해졌고 최대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302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최고 시속은 282km/h에 달했고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4.8초면 충분했다. 이후 2008년에는 차량의 성능을 더욱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4.7L 엔진을 사용해 42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더욱 애스턴 마틴 다운, DBS
(2007)
애스턴 마틴의 역사적인 모델들까지 파악하고 있는 골수팬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가장 애스턴 마틴 다운 차량으로 위 차량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바로 2006년에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의 차량으로 멋진 차량 추격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애스턴 마틴 DBS에는 5,935cc V12 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ZF에서 제작한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하여 최대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420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쿠페 모델과 함께 2008년에는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볼란테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8기통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V12 밴티지
(2009)
애스턴 마틴은 V8 밴티지의 8기통 엔진에 성이 차지 않았나 보다. 오로지 달리기와 운전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V8 밴티지에 12기통 엔진을 욱여넣었다. 작은 체구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힘으로 차량은 흥미로운 자동차로 변했고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재미있는 애스턴 마틴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다.
6.0L V12기통 엔진을 품고 510마력의 출력을 내뿜었으며 최고 시속은 306km/h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12기통 엔진과 함께 6단 수동 변속기 혹은 7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었고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와 P 제로 코르사 타이어로 접지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V12 밴티지는 달리기에 최적화된 특성으로 GT3 규정에 맞춘 GT3 레이스 카로도 오랫동안 활약하게 된다.
실력 좀 발휘해볼까? ONE-77
(2009)
애스턴 마틴이 불독 이후로 새로운 하이퍼카를 선보인다. 애스턴 마틴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짜내어 제작한 ONE-77은 애스턴 마틴의 기술력이 집중되었고 차량의 디자인도 그동안 출시했던 모델들과 유사하게 특징이 잘 드러났다. 날렵하지만 언제까지나 GT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고 공기역학적 설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차량 자체는 탄소섬유 모노코크 바디를 이용하여 제작하여 1,630kg의 가벼운 무게를 가질 수 있었다. 기다란 보닛 아래에는 영국의 엔진 전문 제작 회사인 코스워스에서 제작한 7.3L V12기통 엔진이 자리 잡았으며 수동 기반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750마력, 최대토크 553lb.ft의 성능을 발휘했다. 354km/h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3.6초 만에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가속력 또한 지니고 있었다.
푸시로드 방식의 서스펜션을 사용하였고 레이스 카를 만들던 노하우를 차량에 적용한지라 차량은 레이스 카만큼 민첩하고 빠른 반응을 보여주었고 한다.
One-77은 전 세계 단 77대만이 생산되어 희귀한 슈퍼카 중 하나로 남았으며 여전히 많은 컬렉터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차량 중 하나이다. 판매 당시 One-77은 21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었다.
4편에서 계속...
(4편 예고: 세단으로 등장한 라피드부터 지금까지의 애스턴 마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Netcarshow
카테고리: 자동차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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