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타임머신은 그 시절 그 성능과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클래식 카이다."
박물관을 홍보할 목적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소개해주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카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 박물관을 리뷰(?)하게 되었다. 국내 자동차 문화는 아직 성숙해나가는 중이라는 것은 자동차 매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하면 모자르지만 점차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남녀노소 누구나 자동차 문화를 즐기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박물관이다.
국내에는 크고작은 자동차 박물관이 약 5개정도 존재하는데 단연 많은 클래식 카를 볼 수 있는 곳은 용인에 위치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다.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 박물관은 다양한 클래식 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박물관에는 어떤 자동차가 있는지 주요한 차량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박물관을 들어서기 전 은빛으로 모두 칠해진 클래식 카들이 패턴을 가지고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자동차 박물관이니까 야외에 전시해둔 조형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 은빛 차량들은 모두 비디오 아트로 유명한 백남준의 예술작품이다. 작품명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로 8대씩 네 그룹으로 배치되어 20세기 하드웨어가 21세기 소프트웨어로 넘어갈 것을 예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차량 안에는 TV와 오디오 장비가 탑재되어있다.
자동차의 처음이자 박물관의 처음이다.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최초의 자동차로 여겨지는 페이턴트 모터바겐과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태엽 자동차가 반겨준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1886년 칼 벤츠가 4행정 내연기관 자동차로 특허를 받아내면서 최초의 자동차가 되었다. 최초로 특허를 받은 자동차 이기에 차량의 이름도 특허받은 자동차(Patent Motorwagen)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954cc의 배기량을 가진 커다란 단기통 엔진을 가지고 있다. 냉각장치까지 갖추고 있으며 최고출력은 0.75마력, 최고시속은 16km/h이다. 처음 세상에 공개되어 도로 위를 질주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어 경찰이 시속 6km/h로 제한한 일화가 있다.
박물관 한 쪽에 빨간색 차체로 눈 길을 끄는 차량이 있다. 바로 폭스바겐의 카르만 기아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차량은 폭스바겐이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서 비틀을 기반으로 만든 차량이다. 외장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사인 기아(Ghia)가 맡아서 외관을 그려냈다. 비틀을 기반으로 했기에 차량 뒤쪽에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장착하였고 최대출력은 30마력, 최고속도는 121km/h에 달한다. 눈에 띄는 귀여운 외관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생산이 종료되는 1974년까지 45만대라는 많은 판매량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빨간 도장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차량도 눈길을 끈다. 클래식 포르쉐이다. 정확한 모델명은 911S 타르가로 1971년도에 생산된 모델이다. 2.2리터 수평대향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가 내는 성능은 180마력(PS)에 달했다. 무엇보다 머리 위로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타르가 모델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차량의 매력은 충분하다.
박물관 안쪽에는 수많은 클래식카들이 전시되어있다. 중간중간 여러 주제를 다룬 전시관이 존재하고 차량들은 다양한 국가와 종류에 맞춰 전시되어있다.
수많은 차량 중 가장 눈에 띄는 차량은 바로 다임러 DE36 쿠페이다. 눈에 가장 띄는 이유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반해 펜더에 커다란 헤드라이트를 넣어 현대적인 모습을 풍기기 때문이다. 헤드라이트 사이의 간격이 점차 넓어지는 자동차 디자인의 과도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임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다임러와 다른 영국에서 왕실을 위한 차량을 만들던 회사이다. 그래서 이 차량에 3중 방탄유리와 내부에 화장 도구 캐비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차량은 1952년 런던 모터쇼에서 쇼카로 사용했던 차량이다. 요즘말로하면 컨셉카이다. 그래서 차량의 고급스러움을 높이기 위해서 차량 사이드에 네잎클로버를 그려넣었고 이로인해 블루 클로버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모터쇼에 전시된 이후로 다임러 창업자의 부인이 타고 다녔고 그 이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한 켠엔 클래식 카들 사이에 내부를 드러낸 레이스 카가 전시되어있는데 차량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에서 삼성자동차를 런칭하기 전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개발하고 경기에 출전한 차량이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모터스포츠라는 단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시기였기에 삼성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1995년 포카 1,000km 내구 레이스에서 전체 9위, 2,000cc 프로토타입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그 뒤로 박물관 신세를 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포뮬러 삼성은 2,000cc 직렬 4기통 엔진을 차량 가운데에 세로로 배치하여 최대출력 200마력, 최고속도 270km/h까지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1층 전시장 중간중간에는 다양한 주제의 부스가 존재한다. 그중 박물관과 아주 관련 깊은 복원코너가 있는데 이곳의 내용들은 인상깊다. 이 박물관은 모든 차량들을 항상 시동이 걸려 달릴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고 새로운 차량들의 복원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만큼 관리를 통해서 더 많은 클래식 카가 보존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스에서는 자동차 복원이 어떤 방법과 소재를 이용해 완성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2편에서 계속...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이동현 포토그래퍼(yaya7070@naver.com)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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