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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보는 현대자동차 디자인 흐름

AUTMAG

by Rollingkr 2020. 2.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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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반향을 일으켰던 YF 쏘나타의 모습
1985 쏘나타와 1998 쏘나타

현대 디자인 언어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우리나라에 충격적인 쏘나타가 발매된다. 바로 쏘나타 6세대 모델인 ‘YF 쏘나타’다. 이른바 곤충룩이라고 놀림을 당했던 쏘나타의 새로운 디자인은 많은 호불호를 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층 날렵해진 유선형의 쿠페 스타일과 과격해진 프론트가 이전의 쏘나타 모델들과는 겹치는 점이 없이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여러 의미로 충격적인 디자인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선포했는데, 이것이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의 시작이었다. 자연을 모티브로 하여 가장 예술적인 방식으로, 살아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담은 디자인 테마를 나타내는 이 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강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날카로운 눈매와 차 전반을 관통하는 곡선의 볼륨은 유선형의 매끈함과 스피디함을 느끼게 했으며, 사이드 측면에서 바라본 곡선의 층들은, 얼핏 보면 그저 선을 휙휙 그은 것같이 보이지만 확실한 명암들의 대비가 선에 생동감을 주어 다양한 재미를 준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의 소나타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더욱 날카로워진 디자인이 눈에 띈다.

 

날카로운 눈매와 차 전반을 관통하는 곡선의 볼륨은 유선형의 매끈함과 스피디함을 느끼게 했으며, 사이드 측면에서 바라본 곡선의 층들은, 얼핏 보면 그저 선을 휙휙 그은 것같이 보이지만 확실한 명암들의 대비가 선에 생동감을 주어 다양한 재미를 준다. 
이와 같은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차용과 함께 현대는 패밀리 룩에 대한 색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나 벤츠의 심볼 강조처럼 명확한 특징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디자인과 달리, 한 가지 디자인 언어 아래 다양한 디자인들이 파생하도록 환경을 구성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글 윙 타입과 헥사고날 그릴을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다져가며 비로소 현대의 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된 2011 아반떼

다소 아쉬운 방향성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바탕으로 한 아이덴티티는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과 함께 더욱 명확해진다.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이 나오기 전까진.

2013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된 제네시스

2013년 현대는 2세대 제네시스와 함께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을 발표했다. 이 시기에 이전의 과감함과 역동성, 공격성을 담은 디자인의 방향성은 2.0버전에서 상쇄되고 만다. 정제된 조형미를 들고 나온 현대는 ‘조형을 넘어 본질로‘라는 타이틀과 함께 2.0버전을 전 차종의 패밀리 룩으로써 적용시킨다 했으나 개념이 진화된 2.0버전은 다소 아쉬운 반응이 뒤따랐다. 우선 곡선의 부재가 공격적인 이미지를 죽였다. 본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이미지는 자연의 생동감, 리듬을 담은 과감한 곡선이 주였다. 차체 전반에 풍부하게 가로지르는 곡선은 차 자체에 볼륨감과 날렵함을 줬다. 반면 출시된 제네시스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이 다소 밋밋해졌으며, ‘정제’된 ‘본질‘보다는 굵직한 직선들이 무난 무난하게 이루어진 분위기였다. 고급스럽다고는 느낄 수 있으나 오래가는 깊이 있는 디자인인가, 이것이 플루이딕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담긴 디자인은 보이지 않았다.

2014 소나타

자연의 조화란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의 생명감,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의식들에 있다. 그러나 직선은? 직선의 개념은 모던이다. 독일 바우하우스에서부터 비롯된 간결하고 단순한 조형미와 인간 이성을 담은 선이 바로 직선이다. 이는 플루이딕하고는 맞지 않는 콘셉트였다. 2.0버전에서 확립한 아이덴티티도 분명 있겠지만, 곡선과 직선의 불편한 공존은 괴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8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현대자동차의 르 필 루즈(Le Fil Rouge) 컨셉카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의 결합
 
잠시 갈피를 잃은 디자인은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다시금 일어난다. 현대의 새 디자인 철학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화제를 끌었던 르 필 루즈(Le Fil Rouge) 컨셉트 카의 데뷔였다.
르 필 루즈는 감성이 더해진 스포티함이라는 뜻의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디자인 테마를 적용한 것으로, 르 필 루즈라는 이름은 ‘공통의 맥락’ 즉, 현대차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테마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다. 비례와 구조, 스타일링, 기술 4가지 기본 요소의 조화를 목표로 하여 나온 이 디자인 언어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와 어우러져 지금의 현대차 디자인 방향성을 이끌고 있다. 르 필 루즈를 보면 먼저 안정적인 비례감이 눈을 사로잡는다.

프론트 오버행은 그 간격을 최소화하면서 긴 휠베이스로 균형감 있는 모습을 주며, 큰 휠과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곡선의 라인은 라이트 하면서 깔끔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파라메트릭 쥬얼과 A 필러부터 C 필러까지 다시 A 필러로 오는 크롬 라인은 섬세하지만 역동적으로 차 자체의 곡선과 어울리고 있다. 2018 르 필 루즈는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컨셉은 현대의 다음 모델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라페스타와 쏘나타 DN8이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전면부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데, 보닛을 따라 올라오는 긴 크롬 라인 형태의 주행등이 독특한 디자인 형태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르 필 루즈의 뿌리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컨셉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쏘나타에서는 프런트가 묘하게 낮춰진 느낌이 든다. 헤드라이트가 전 시리즈들에 비해 눕혀지고 후드를 낮게 낮추어 그 길을 따라 크롬 라인이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납작한 차폭의 특징을 부각하는데 이는 르 필 루즈에서 보인 짧은 프런트 오버행은 보닛 부분을 납작하게 낮춰 날렵하게 빼낸 부분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의 라인은 르 필 루즈의 꼬집은 듯한 포인트 선들을 따라 심플하지만 차 자체에 부드러움을 주고 후면의 리어 콤비램프는 르 필 루즈의 후면 디자인 조형성을 담아 넣은 듯 후면을 가로지르는 램프들의 라인이 인상적이다.

또한 2018 부산 모터쇼에서 선보인 그랜드 마스터 콘셉트 카는 르 필 루즈와는 다른 단단함과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직선을 통해 럭셔리한 디자인적 감성을 담았다.

그랜드 마스터 컨셉트

대표적인 두 컨셉카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냄으로써 “현대의 디자인 전략은 이렇다”라는 지표가 되어준다. 현대차 디자인은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통해 확립해온 아이덴티티를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밀리룩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꾼다. 비슷한 디자인의 계보를 지니는 대신, 큰 맥락에 다양한 형제들을 만드는 것, 이것이 현대가 제시한 패밀리룩 ‘현대 룩‘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어떠한 구체적 조형미를 제시하지 않는다. 브랜드 디자인이 불분명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순 있지만 이는 어찌 보면 도전에 따르는 두려움을 줄여주며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 또한 큰 틀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디자인 선택권을 주며 ‘현대 룩’을 완성해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현대차는 디자인 언어의 진화를 통해 자사의 헤리티지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연구한 결과물을 선보였을 때, 그들이 차를 보고 느끼는 감성이야말로 디자인 단계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삼각떼 대란을 일으킨 과도한 시도나 그랜드 마스터 컨셉을 잘 이어받은 펠리세이드의 경우처럼 디자인의 반응이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직 디자인의 방향성을 탐구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비자의 관심이다. 대중을 위한 차를 만드는 현대차에게 이러한 반응들은 분명 살펴보고 짚어봐야 할 피드백들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현대는 이런 피드백들을 포함한 과제가 많다. 해외에서의 애매한 포지셔닝과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 등 당면한 과제를 고려하고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진화는 긍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흑화’ 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화에는 혁신도, 실패도 존재한다.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진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십수 년 안에 한국을 세계에서 자동차 판매량 순위권 안에 드는 국가로 만든 그 집념이 있기에 현대차의 발전이 기대된다.

 

 

 

글: 김윤경 에디터(yoonk7022@naver.com)
사진: Netcarshow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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