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처음 전기자동차가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자동차를 이끌만한 배터리가 없었다. 때문에 전기자동차는 대중에게서 잊혀 갔다. 2003년 테슬라의 설립과 10여 년 동안의 무관심, 그리고 현재의 급부상까지 전기차는 기나긴 겨울을 지나왔다. 반도체의 성장과 화학 배터리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전기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문제점이 있다.
전기차는 엄밀히 논하자면 '완전한' 친환경이 아니다. 우선 왜 친환경이 아닌가에 얘기하기에 앞서 전기차가 기존의 자동차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자.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차내에서 제거되었을 뿐,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와 구조는 동일하다. 즉, 전기차 플랫폼은 엔진이 배터리로 대체되면서 동력계의 구조가 간단해진 차체로써, 이 외의 모든 것은 내연 기관 자동차와 같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전기차는 과연 친환경적인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까?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달리는 것이 아닌 만큼 차량의 운행 과정에서 CO2 배출량은 0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생산과정을 보면, 전기차의 전기 발전과정이 내연기관차의 생산과정(석유제품의 정제 과정과 운송과정)보다 평균 약 8.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온실가스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전기차도 ' Well to Wheel' 또는 'Tank to Wheel'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류 과정(upstream process): 원료 채굴 및 수송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온실가스를 절반 정도 적게 배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온실가스가 아닌 비배기가스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떠할까.
'차량 주행 과정에서의 미세먼지(PM10) 배출량 분석 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전기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주행하기 때문에 차량 배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배출되지 않지만,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수준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 즉,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립자 물질 배출이 전기차에도 있으며 특히, 전기차는 탑재된 배터리로 인해 중량이 무거워짐에 따라 타이어가 더 많이 마모되는 측면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2016년 전원 믹스를 기준으로 전기차가 1km 주행하면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며 휘발유가 배출하는 수준의 92.7%에 육박한다. 이는 전기차의 보급 목적인 '친환경성'과 완전히 대척을 이루는 결과인 셈이다. 배기가스는 배출량 0일지 몰라도 인체와 대기에 훨씬 유해한 비배기 가스(미세먼지 포함)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과 같은 수준이라면, 전기차를 무배출(가스) 차량(ZEV: Zero emission vehicle)이라 부르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이다.
덩치가 커져가는 전기차 시장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전기차는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었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은 판매량이 659%로, 폭발적인 성장세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2018년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하면서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전기차 육성 사업을 활발히 밀어주고 있다. 전기차 산업에 자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사활을 건 것이다.
중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은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전기차로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도까지 전기차 보급을 35만 대 늘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배출되는 유해 물질 역시 늘어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점점 무거워짐에 따라 전기차역시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도 결국은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인증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 올바를까?
'전기차 = 친환경' 인식의 탈피가 필요한 시점
결국 전 세계적으로 보면 내연기관으로부터의 탈피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최근 IT기업 애플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 아람코를 누르고 시총 1위에 오르며 세계 산업 전반에 대한 지축의 흔들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이 다우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석유 고갈과는 관계없이 탈석유 시장은 크게 융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 역시 이러한 여러 산업 흐름과 규제에 영향을 받아 친환경 트렌드가 점점 주류가 되어 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전기차가 과도하게 친환경의 대표로 승상 되어 전기차 외에 수소 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빛을 적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기차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 말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을 제하더라도 적어도 '내연기관보다 환경적으로 우수하다.'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속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기술을 숙성시켜야 할지, 우리 사회에 또다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김윤경 에디터(yoonk7022@gmail.xom)
사진:tesla, unsplash, sony, toyota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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