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스포츠카 중 하나이다. 많은 매니아층이 형성되어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포르쉐가 그때 그 시절처럼 완벽하게 복원되거나 자신의 개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튜닝을 하곤 한다. 여기 공랭식 포르쉐를 가지고 튜닝하는 유명한 두 업체가 있다. 각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튜닝을 하고 있는 두 회사의 공랭식 포르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Singer Vehicle Design
싱어 비히클 디자인(Singer Vehicle Design)에서는 포르쉐에서 포르쉐의 공랭식 포르쉐 중 코드네임 964만을 사용하여 리스토어* 한다. 964를 새롭게 해석하여 만들어내는 싱어는 964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과 더불어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는 파워트레인으로 아주 매력적인 차량을 만들어낸다.
Rob Dickinson / printerest
싱어 비히클 디자인은 영국 출신 가수인 롭 딕킨슨 (Rob Dickinson)이 만들어낸 회사이다. 회사 이름은 그의 직업 가수(Singer)에서 비롯되었으며(수평대항 6기통 엔진에서 뿜어내는 배기음이 음악 같아서인 이유도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복원한 자신의 911을 주변 사람들이 보고 구입을 원하자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결합
싱어에서는 오래된 911을 모두 분해하여 차량을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낸다. 분해된 차량은 오직 섀시만을 사용하며 섀시는 세월의 흔적을 벗겨내고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오랫동안 잘 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보강을 통해서 강성을 얻어낸다.
차량의 외부 패널은 탄소섬유를 이용하여 완전히 다른 소재로 바꿔버린다. 강한 강성과 가벼운 무게를 지닌 탄소섬유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차량보다 약 280kg 정도 더 가벼운 무게를 가지게 된다.
패널까지 완성된 차량은 기존에 있는 색상을 이용하거나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차량을 도색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오래된 전기배선 시스템을 가볍고 새로운 레이싱 카에 사용되는 전기 배선 시스템을 적용해 장착한다고 한다.
도색까지 완성된 차체는 나머지 외부 파츠와 고객이 원하는 데로 실내와 엔진을 장착하여 차량을 완성한다.
더 강력한 심장으로 더 재미있게!
싱어 포르쉐에는 3가지의 엔진이 선택을 통해 장착된다. 첫 번째 엔진은 3.8L 수평대항 6기통 엔진을 오버홀* 작업을 통해서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것으로 300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하고 보쉬(Bosch) 사의 엔진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엔진의 세팅 값을 유지시킨다. 두 번째 엔진은 레이싱카 엔진 제조로 유명한 코스워스(Cors Worth) 사에서 제조한 3.8L 수평대항 엔진으로 35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세 번째 엔진 또한 코스워스 시에서 제작한 엔진으로 4.0L 수평대항 6기통 엔진이 장착되어 400마력에 가까운 최대출력과 3.2초의 제로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한다. 싱어 포르쉐는 옵션을 통해서 더 강력한 브레이크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장착할 수 있다.
더욱 964다운 디자인
싱어 포르쉐의 디자인은 964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려낸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존 964보다 더 예뻐 보이고 보면 볼수록 소유욕이 오르는 그런 디자인이다. 964를 이용하여 차량을 만들었지만 964보다 간결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앞뒤 범퍼, 턴 시그널 위치,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보면 초기 911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어 964보다 더욱 클래식한 느낌이 들게 한다. 또한 많은 변화를 통해서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낮은 차체 때문인지 더욱 개구리를 닮아 귀여운 모습도 보인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인 실내
실내로 들어서면 곳곳이 가죽과 직물로 마감되어 클래식하고 아늑함 느낌이 들게 한다.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줄 버킷 시트와 가죽으로 마감된 롤케이지는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보인다.
964에서 사용하였던 센터패시아를 그대로 사용하여 당기고 누르고 돌리는 아날로그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마치 실제 포르쉐처럼 고객이 원하는 데로 계기판의 색을 바꿀 수 있으며 최근 디스플레이로 바뀌는 계기판을 보다가 싱어 포르쉐의 계기판을 보니 마치 오토매틱 시계를 보듯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더욱 클래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
싱어만의 개성으로 만들어낸 곳곳의 요소들아 차량을 더욱 클래식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이드 미러는 964에 달려있던 것보다 더욱 클래식한 작은 원형 사이드 미러가 장착되었고 엔진룸 뒷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하여 마치 옛날에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차량의 반짝이는 모든 부분들(ex. 창틀)에는 니켈 도금을 하여 단단하고 부식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은은한 광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휠은 930에서 사용하였던 아담하고 클래식한 5스포크 휠을 사용하였고 엔진이 뒤에 있어 연료통이 앞 트렁크에 위치하였지만 가죽으로 보이지 않게 잘 마감하였다.
(싱어 포르쉐는 연료캡이 보닛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탄소섬유는 구멍을 내기 어렵기에 원래 연료캡이 있던 위치인 곡면인 펜더에는 구멍을 뚫기 힘들었을 것이다. 깔끔하고 뚫기 쉽게 하기 위해서 편평한 보닛을 뚫어 연료캡을 만들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RWB
RWB europe.com
RWB는 독일어로 거친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Rauh-Welt Begriff'의 줄임말로 공랭식 포르쉐 911 중 코드네임 930, 964와 993을 기반으로 오버 펜더 튜닝으로 굉장히 유명한 일본의 한 튜닝 브랜드이다. 전 세계적으로 튜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랭식 포르쉐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봤을법한 RWB! 레트로 튜닝*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RWB에 대해 알아보자!
MPPsociety
RWB는 아키라 나카이(Akira Nakai)라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원래 포르쉐를 튜닝하기 전 다른 일본 내수 스포츠 카들을 튜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공랭식 포르쉐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튜닝하게 되었고 넓게 뻗은 오버 펜더로 개성을 뿜어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이후로 RWB는 공랭식 포르쉐를 이용하여 새로운 개성을 입히고 있다.
RWB는 다른 튜닝 회사들과는 달리 굉장히 독특한 방식을 통해서 차량이 만들어진다. RWB에서 튜닝된 포르쉐를 가지고 싶다면 우선 공랭식 포르쉐를 한 대 구입하고 RWB를 통해서 튜닝 파츠를 받아두면 된다. 또한 튜닝을 위한 장소와 약간의 설비들만 갖추어져있으면 된다. 파츠가 도착하고 도색까지 모두 끝났다면 일본에서 나카이 씨가 직접 자신만의 공구 통을 들고 해당 나라로 날아간다. 현지에 도착하면 나카이가 직접 차량을 튜닝하게 된다. 소요시간은 약 2~3일 정도 걸리며 그의 손에서 차량이 RWB 차량이 탄생하게 된다.
나카이 씨는 오직 드레스업 튜닝*만 진행한다. 앞뒤 범퍼를 펜더(Fender)*에 맞게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기존에 있던 펜더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RWB만의 파츠를 붙이게 된다. 이 과정을 혼자서 자신의 감각과 노하우를 이용하여 제작하게 된다. 차량은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스타일로 제작하거나 나카이 씨에게 맡기면 해당 국가의 특징을 살려서 차량을 직접 디자인한다. 또한 차량 제작이 끝나면 차량에 각각 이름을 붙여준다. (그가 처음 만들었던 차량의 이름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의 이름으로 'Stella Artois'이다.)
유튜브에 RWB와 관련된 검색을 해보면 그가 직접 차량을 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가 차량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예술가가 자신만의 조각상을 만들어내듯 그 혼자만이 차량을 만들어낸다. 만일 그가 만들지 않으면 튜닝된 차량에는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 것이다.
RWB-hk.com
hotwheeldecals.com
공랭식 포르쉐를 레이스 카처럼!
RWB는 기존 포르쉐에 덧붙여 제작한 것이기에 공랭식 포르쉐를 강조하거나 잘 드러내는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RWB만의 개성으로 누가 봐도 독특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RWB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좌우로 넓게 튀어나온 바퀴를 덮고 있는 펜더에 박힌 나사들과 낮은 차체 그리고 광폭 타이어들이 공랭식 포르쉐를 마치 레이스 카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RWB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끼리 트랙데이를 개최하여 서킷을 질주하기도 한다고 한다. 공랭식 911 자체가 풍부한 펜더를 보여주어서인지 차량과 굉장히 잘 어울리고 더욱 하드코어 한 모습을 보여주어 더 잘 달릴 것만 같다.
싱어 포르쉐와 RWB를 비교하자고 이 글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 공랭식 포르쉐가 21세기에 많은 사람들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911이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해외에는 이렇게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통해서 한 대의 차량이 다양하게 재해석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모습을 국내에서 많이 반영하여 하나의 개러지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리스토어(Restore): 원래 리스토어는 ‘복원하다, 되찾게 하다’라는 의미로 오래된 자동차의 내부 부품은 물론 색상, 제조공정, 외부 프레임, 엔진, 인테리어 등을 출시 당시와 같게 복원하는 작업을 일컫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오버홀(Overhaul): 기계류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 ·수리 ·조정하는 일. (출처: 두산백과)
레트로 튜닝(Retro tunning): 'Retro' 복고풍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로 예전 클래식 카를 이용한 튜닝을 말한다.
드레스업 튜닝(Dress up tunning): 차량의 외관을 꾸미는 튜닝을 이야기하여 이를 통해 연비 향상 혹은 더 효율적인 공기역학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음.
펜더(Fender): ‘자동차나 자전거 등의 흙받기’라는 뜻으로, 타이어를 덮고 있는 부분을 가리킨다.(출처: 네이버 자동차 용어 사전)
글: editor GB(lgb03@naver.com)
사진: singervehicledesign.com / 이외 사진 하단 표기
카테고리: 튜닝 이야기
©오토모빌매거진.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