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를 말하면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자동차 기업이 있다. 바로 ‘기아(KIA) 자동차’다.
소위 현기차라 불리며 두 기업은 동일시되고 있지만 기아는 엄연한 독립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현대 자동차의 색깔과는 다른 기아의 색깔 때문에 기아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번에는 현대 자동차 다자인 편에 이어 기아 자동차만의 디자인 색깔을 보며, 어쩌면 누군가는 놓치고 있었을 수도 있던 기아 자동차만의 매력을 찾아본다.
현대 자동차가 출시하는 차마다 많은 호불호 반응을 얻은 것이 비하면, 기아 자동차는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 후, 상징적으로 자리 잡은 호랑이 코 그릴이 기아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과 어울리며 누가 봐도 기아 차임을 아는 것과 동시에 젊은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팅어에 이어 k5 3세대까지 연달아 디자인 히트를 치며 연신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이는 기아차만의 독특한 개성이 오히려 트렌드를 만드는 듯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생기 있고 강렬한 디자인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두 발로 걷는 게 아니 듯, 기아의 시작도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무난했던 시작과 변화의 계기
기아 자동차는 쏘렌토와 오피러스 등 대중적인 차들을 많이 배출해 냈으나 디자인 면에서 특징할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디자인을 탈피할 필요성을 느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현대 자동차 그룹에 인수된 후, 2005년 유럽 시장을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 그 이유였다. 유럽 시장에 집중하려면 유럽의 차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기아의 디자인은 메리트가 없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2006년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 자동차 최고 다자인 책임자로 고용하며 기아의 변화는 시작된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밋밋한 자동차 이미지를 바꾸고자 했다. 기아라는 로고가 없으면 어느 소속인지 불분명한 무난한 디자인, 이 디자인을 말이다.
기아만의 정체성을 담을 그릇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아 자동차, 기아가 만든 차라는 인식이 명확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기아만의 상징성을 담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에 피터 슈라이어는 “강렬한 시각적 신호”를 원했다고 한다. 강력하고 독특한 얼굴로부터 느끼는 가시성이 기아 디자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기아임을 알 게 하는 식별자 역할을 하게끔 말이다. 무엇보다 ‘기아‘임을 알 게 해야 하는 것, 그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 호랑이 코(Tiger Nose) 그릴이다. 호랑이 코 그릴 또는 타이거 노즈 그릴은 2007년 기아의 컨셉카 ‘키(kee)’에서 처음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3년 전임에도 지금 도로 위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디자인이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준다. 처음 보면 전면의 얼굴에 호랑이 코 그릴을 필두로 굵직한 직선들이 시원하게 조형미를 내뿜는다. 별다른 기교가 없이 담백하지만 하나의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정체성을 부여하는, 무난한 듯 무난하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이 디자인이 기아의 방향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자동차가 플루이딕 스컬프처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을 무렵, 기아 자동차는 호랑이 코 그릴을 전 시리즈에 적용하여 디자인을 공고히 해 나아간다. 작은 박스카 열풍을 만든 쏘울과 SUV 스포티지부터 프리미엄 세단인 K9까지 차종에 구애받지 않고 그릴을 도입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단 그릴만이 아니다. 그릴을 뒷받침하는 무난한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아니, 밋밋하고 무난한 디자인을 탈피하려고 디자이너를 영입했는데 무난한 디자인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니? 말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피터 슈라이어가 의도하는 바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2010년 caradvice에서 한 인터뷰에서 슈라이어는 스포티지가 “화려하지 않고 영원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자연스러워 보인다.”라 말했다. 그는 기아차에 과도한 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기아임을 알게 하는 마크, 멀리서 보아도 기아임을 아는 그 마크 하나와 시간이 흘러도 지루하지 않는 눈을 계속 사로잡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기아 디자인의 핵심인 것이다. 이는 디자인의 설계 방향에서도 알 수 있는데, 기아 자동차는 ‘직선의 단순성‘을 모토로 해 디자인 철학을 뒷받침한다. 직선은 눈에 띄게 선명하다. 오차가 없는 정밀을 추구한다. 선을 그어 나와 너를 구분한다. 선명함, 정밀함, 차별성 이 3가지 특성을 디자인에 녹여내 조형미를 갖춘 심플한 디자인이 탄생한 것이다. 기초가 있으면 토대는 흔들리지 않는다. 디자인의 근본을 명확히 쌓고 이미지를 공고히 함으로써 기아는 발전해 나갔다.
최근 디자인의 방향성
기아는 여전히 직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파생 디자인을 시장에 내놓는데 바로 ‘Z-Line’이다. 이 디자인은 신형 K5에 적용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진보된 기아만의 디자인 색채가 우리의 눈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우선 프런트의 삐죽 튀어나온 Z 모양이 헤드 램프를 부각해 스포티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Z-Line은 심장박동을 형상화한 듯 과감하게 솟아오른 라인들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기며 등장했다. 전 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Z-Line의 적용뿐 만 아니라 그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K5 3세대에도 볼 수 있듯이 그릴에 비늘 같은 무늬를 넣어 다소 격동적인 얼굴을 갖게 되었음에도 차의 이미지는 과도하지 않고 오히려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그릴의 넓이가 다소 길어지고 폭이 좁아져 돌진하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기본은 지키되 신선함을 주는 신형 K5는 기아가 갖고 있는 색채를 그대로 담아낸 듯 잘 정제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물론 모두가 K5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유의 그릴이 역동적이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모양이 이상하다는 평가들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은 취향의 차이이고 이런 의견들에 대해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디자인은, 예술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특히 양산형 자동차의 디자인이라면 회사는 더욱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모르는 나의 스타일과 디자인 방향 추구성을 보여주며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이 기아자동차가 아닌가 싶다. 이런 면에서 개성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것이야말로 기아 자동차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혁신을 친숙하게 개성을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마음에 남게 말이다.
글: 김윤경 에디터(yoonk7022@naver.com)
사진: Netcarshow.com, 기아 자동차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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