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미래인가, 진행 중인 혁신인가"
전기 자동차(EV:Electric Vehicle)는 전기로 구동되는 전동기,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움직이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전기 자동차는 19세기 당시에 개발 능력의 한계로 한동안 존재감이 잊혔었으나 21세기에 들어 반도체나 회로 분야 등의 전자, 전기 산업에 있어 기술력이 급증하게 되었고 이러한 기술 개발로 인해 전기차는 다시금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에 더불어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각되어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할 대체 에너지 및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전기 자동차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연구와 시장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183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앤더슨이 전기 자동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원유 전기 마차를 발명하고 이후 1835년, 네덜란드의 크리스토퍼 베커가 소형 전기 자동차를 만든다. 이는 1885년 칼 벤츠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도 먼저 고안된 자동차로, 전기 자동차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전기 마차 형태 위주였다면, 본격적으로 전기 자동차 형태의 시작을 알린 것은 1840년대 이후이다. 1842년에는 미국의 토마스 데트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이 이전보다 실용적이고 성공적인 전기자동차를 발명했다. 그리고 1859년에서 1865년,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가 축전지를 발명하게 되는데,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축전지의 등장으로 전기 자동차는 부흥을 맞이하게 된다. 전기 자동차의 발전을 한 단계 더 이끈 축전지는 발명자 플랑테의 이름을 빌려 플랑테 전지(납축전지)라 명명했고, 플랑테 전지는 과거뿐 아니라 오늘날 자동차에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플랑테의 친구 카밀 포레는 더 많은 저장용량을 가진 축전지를 개발하게 되면서 두 학자의 축전지의 발명 및 발전은 전기자동차가 번창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후 전기 자동차는 프랑스와 영국을 필두로 한 개발을 통해 급속도로 사람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하고 1899년, 전기 자동차 최초로 100km/h를 돌파한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결코 만족하지 않는다)'가 등장한다.
이 당시에 전기 자동차는 기존의 다른 방식 자동차보다 가진 이점이 많았다.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에 비해 냄새와 진동이 적었고 소음 또한 작았다. 기어 조작 역시 필요치 않아 운전 조작이 간편해지면서 상류층과 여성 운전자에게 관심을 끌게 되고,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1900년대 전기 자동차의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12년에는 전기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가 정점을 기록하며 전기 자동차의 전성기가 이어지는 듯했다.
상황은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스템과 미국 원유의 대량 발견으로 바뀌었다.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가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원가 절감 및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전 세계는 T형 포드의 열풍으로 휩싸였다. T형 포드는 1908년부터 1927년까지 판매 대수가 1500만 대에 이르고 총 1650만 대의 판매 대수를 자랑하며 1914년에는 24초에 1대씩 생산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헨리 포드는 2000달러~3000달러 수준의 자동차를 850달러의 값싼 가격으로 팔면서도, 내구성이 좋아 가성비가 훌륭했고 이에 T형 포드가 우수한 보급률을 보이며 그야말로 자동차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이 시기 T형 포드의 인기와 맞물려,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발견되며 휘발유의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휘발유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에 큰 호재였다. 내연기관의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휘발유 자동차는 500달러 ~ 1000달러 정도로 가격이 많이 떨어져 평균 650달러에 판매했던 반면에, 전기자동차의 가격은 점점 상승해 평균 1750달러 정도에 팔리면서 휘발유 자동차가 서서히 시장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종국에 1930년대 들어서서 전기자동차는 값비싼 가격과 배터리의 무거운 중량, 충전에 걸리는 시간 등의 문제 때문에 자동차 시장에서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환경 문제로 다시 주목받다
인류 역사를 보면 일정량의 이산화탄소(CO2)는 자연적으로 공기 농도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00년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자연적 농도의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고, 산업 혁명 이래로 인류는 많은 온실가스를 방출 중이다. 지구 환경적 자각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로, 인간 건강에 대한 해악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재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온실가스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이에 선진국을 포함한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쳤으나 유효한 결과 및 효과를 내며 실행 중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단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 역시 인류의 생존에 위협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석유의 발견과 기술 개선으로 석유의 고갈 연도는 매년 조금씩 미뤄지고 있으나 무한정이지는 않다. 2018년 기준으로 40~50년간은 석유를 쓸 수 있다는 전망이 있으나, 그 이후의 석유가 더 발견될지 혹은 고갈될지는 미지수며, 석유는 우리 삶 곳곳에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요를 지금과 같이 버티지 못한 다면 생길 계층적, 사회적 문제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석유 고갈에 대한 준비로 대체 에너지가 부상했고 지구 환경을 위한 친환경 운동이 강해지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이와 동시에 1990년대 가솔린 자동차에 의한 환경 오염 문제와 2000년대 고유가 및 엄격해진 배기가스 규제 강화를 배경으로 비로소 전기자동차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은 전기 및 열 (31 %), 농업 (11 %), 운송 (15 %), 임업 (6 %) 및 제조 (12 %)의 비율로 다양하다. 이 중 우리 인류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산업들을 제외하면 운송수단에서의 배기가스 절감이 먼저였다.
처음부터 전기 자동차가 급부상한 것은 아니었다. 1996년 제너럴 모터스(GM) 사는 양산 전기차 1호로 볼 수 있는 'EV1' 전기자동차를 개발한다. 이 전기자동차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임대 형식으로 보급되었으나 GM 사는 수요가 크지 않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1년 만에 전기자동차 'EV1'의 조립라인을 폐쇄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2000년대 배기가스 규제로 전기차 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종이 인기를 끌게 되고 2003년 창립한 테슬라의 등장으로 순수 전기 자동차가 다시금 각광을 받게 된다.
전기 자동차가 배기가스 절감의 측면에서 개발된 것은 사실이나 정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은 Well to Wheel의 개념에서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전기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이기는 하나 환경오염 저감,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에는 미미해 환경을 지키는 것에 거대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기 발전소를 친환경적으로 짓지 않는 이상 화석 연료를 이용해 전기 생산을 하기 때문에 자동차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전기 자동차의 효율성 역시 그렇다 할 혁신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 자동차의 효율은 약 40% 정도로, 우수한 효율이지만 혁신적이지는 않다.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에 비해 CO2 절감 효과도 15~20%밖에 되지 않는다. 효율성의 측면도 역시 Well to Wheel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더욱 쉬워진다. 전기 에너지 발전을 위한 자원 채굴부터 배터리 충전까지의 과정(Well to Tank)과 배터리 저장 에너지부터 차량 구동까지의 과정(Tank to Wheel)을 생각하면, '전기차가 정말 효율적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전기 자동차가 빠른 응답과 가속 성능의 강점이 있다는 점과 FCEV, HEV, PHEV 등 다양한 종류의 xEV가 개발되고 발전될 것이라는 점, 1인용 소형 전기차 시장이 생기는 등의 발전 방향이 있기에 전기 자동차가 성장할 원동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이 원동력을 양분으로 삼아 기술을 발전하고 훗날 업그레이드된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된다.
글:김윤경 에디터(yoonk7022@naver.com)
사진:Tesla, Wikipedia, Netcarshow
카테고리:자동차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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