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달리기를 위한 자동차가 있다는 것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자동차가 아니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CEO

i30 TCR & i30 N

질주 본능을 깨우는 고성능 자동차

세상에는 수많은 목적으로 탄생한 자동차가 이 땅 위를 누비고 있다. 어떤 자동차는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을 위해, 또 어떤 자동차는 어떤 곳이던 누빌 수 있도록 태어난 것이다. 그 중 자동차라는 물건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추구했던 가장 원초적인 목적은 운전의 즐거움이다. 자동차의 탄생과 동시에 생겨난 모터스포츠는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해 무한한 경쟁을 이루어냈고  다양한 스포츠카를 탄생시켰다.

Veloster N

10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동차 기술은 무한하게 발전해왔고, 터보차저, 수퍼차저와 같은 과급기부터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변속기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오늘날 400km/h를 넘는 최고 속도를 손에 쥘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스피드를 갈망하며 누구보다 빠르고자 고성능 자동차를 택한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와 스포티(Sporty)카를 부흥시킨 스쿠프(좌)와 티뷰론(우)

국내 최초 메이커 튜너카 르망 이름셔(좌)와 국산 대표 로드스터 엘란(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종마(種馬)

대한민국에서도 과거부터 달리기를 위한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어 왔다. 그 시초는 현대자동차 스쿠프로 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 최초로 등장한 스쿠프는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본격적인 시작을 함께한 모델이기도 하다. 1991년에는 대우자동차 르망에 독일의 이름셔(irmscher)가 튜닝한 르망 이름셔가 출시되었다. 이는 국내 최초의 메이커 튜닝 모델로서 현시점에서 살펴본다면 현대의 N Performance 브랜드의 선조격이 되는 셈이다.

본격적인 국산 스포츠카 시대를 연 투스카니(좌)와 제네시스 쿠페(우)

1996년에는 기아자동차에서 영국의 로터스 엘란을 국산화, 도입하여 기아 엘란이 출시되었다. 유럽 정통 로드스터였던 기아자동차 엘란은 경량 차체와 뛰어난 조향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스포츠카 시대를 개막한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스포츠카가 탄생한 것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 이다. 2001년 등장한 현대자동차 투스카니가 그 주인공으로, 투스카니는 당시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애프터 마켓 튜닝 문화를 선도했던 자동차이다. 2008년 출시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는 대한민국 최초의 뒷바퀴 굴림 스포츠카로서 FR 쿠페의 즐거움을 제공하던 자동차이다.

Veloster N

Avante N line

Hyundai N Portfolio

대한민국에서 고성능차 브랜드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 시즌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화려한 복귀를 신고한 i20 WRC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고성능차 브랜드 'N'을 선보였다. 일반 공도용 자동차로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i30 N을 시작으로 대한민국과 북미시장을 겨냥한 벨로스터 N까지 이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후 TCR(Touring Car Racing)에 출전하는 i30 N TCR, N의 스포티한 스타일과 감각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N line 모델, 나만의 N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N Performance Parts까지 선보이며 대한민국 고성능차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Veloster N

우리가 고성능 자동차를 대해야 할 자세

대한민국의 자동차 기술력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냈다. 2020 워즈오토(Ward’s Auto) 선정 10대 엔진 & 동력 시스템에서는 현대자동차의 150kW급 EV 파워트레인과 세계 최초로 CVVD를 탑재한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L 터보 엔진이 선정되기도 하였고,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의 경우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뿐 아니라 현재 판매되지 않는 일본 시장에서도 관심을 끄는 모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시장에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된 i30 N line

하지만 기술력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고성능 자동차를 대하는 자세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생활수준이 고도화되며, 마이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동차는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했고,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더욱 상위 세그먼트의 차량을 선호하기도 한다. 때문에 주로 소형, 준중형 세그먼트에 위치한 해치백이나 실내 공간이 좁은 쿠페 등의 차량을 선택 받지 못한 채 세상에서 잊혀져 간다.

WRC에서 활약 중인 i20 WRC

Formula Drift에 출전한 제네시스 쿠페

2020년 현재에는 과거와는 다른 시대이다. 현재 고성능 자동차의 인기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의 경우 N모델의 판매량이 일반 모델의 판매량을 앞선 수준이고, 국내에 위치한 레이스 서킷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인구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모터스포츠 경기인 슈퍼레이스의 관람객 또한 2019년 기준 4만 명을 돌파했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성능차의 인기와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Hyundai RN30 Concept

현대자동차의 미드쉽 스포츠카 컨셉 RM19

현대 N의 컨셉트 모델들 (좌측부터 RM16, N 2025 Vision Gran Turismo, i20 WRC)

우선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고성능차를 위한 입지를 다져야 한다.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선보인 N 브랜드는 좋은 선례라고 보여진다. 현재 N의 라인업은 벨로스터, 아반떼 등 기존의 양산차를 보강하고 튜닝한 고성능 자동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차후에는 RM19 컨셉트 등과 같은 미드쉽 엔진 후륜구동의 전용 플랫폼 차량, N Vision Gran Turismo와 같은 레이스 전용 차량 등 다양한 차량의 출시와 N Performance Parts의 확대로 고성능 자동차, 그리고 애프터 마켓 시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고성능 자동차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현대 N 퍼포먼스 파츠

법 또한 그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 법률상 명시된 현행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은 다른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억압된 조항이 다수 존재한다. 일례로는 자동차 개조와 구조변경에 관한 부분, 비교적 완화된 소량 생산 자동차의 인증 등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 서킷용 레이스카를 만들거나 자동차 개조를 위해 일시적으로 차량을 말소시킨 후 부활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성능 자동차 생태계를 옥죄는 목줄이 사라진다면, 완성차 업체, 애프터 마켓 시장 등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부흥을 이끌어내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N 퍼포먼스 파츠를 장착한 벨로스터 N 차량

여기에는 우리 모두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고성능 자동차'의 이미지는 곱지 못한 편이다. 과속을 일삼고, 소음을 유발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의 사례로 인해 생긴 선입견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고성능 자동차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모터스포츠를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대한민국은 고성능 자동차를 즐기기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인제, 영암, 용인, 태백 4곳의 공식 서킷이 존재하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자국산 자동차 브랜드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이라 할 만큼의 성장을 거듭했고, 현재 글로벌 10위 이내의 자동차 그룹을 보유한 국가이다. 하지만 고성능 자동차 분야에서는 아직은 이무기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용이 되기 위해서는 완성차 브랜드의 끊임없는 노력, 모터스포츠와 튜닝 업계의 부흥, 그에 맞는 넓은 법의 울타리, 우리 모두의 인식 개선 등이 맞물려 어우러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고성능 자동차가 전 세계로 인정받을 그날은 결코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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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현 에디터(yaya7070@naver.com)
사진: Hyundai, Hyundai N, Kia, Daewoo,
 이동현 에디터(yaya7070@naver.com)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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