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한때 거대한 제국이자 모든 유럽을 통틀어 하나의 중심지로 여겨지던 중요한 장소였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이 담겨 고풍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 도시이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배경과 같이 로마는 태평하면서도 즐거운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였다. 로마의 휴일 속 앤 공주가 즐긴 로마의 달콤한 삶을 페라리가 그들의 그랜드 투어러 차량에 담아 21세기로 끌어왔다. 새로운 달콤한 삶을 의미하는 'la nuova dolce vita'라는 새로운 페라리의 컨셉으로 페라리가 아주 자신 있게 선보인 그랜드 투어러 '로마'. 얼마나 자신이 넘쳤는지 그들의 본거지인 이탈리아의 수도 이름을 붙였을 정도이다.
la nuova dolce vita
(새로운 달콤한 인생)
페라리가 새로운 그랜드 투어러 모델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5,60년대의 태평하고 즐거운 로마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여 새로운 달콤한 삶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페라리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생산하던 250GT로부터 영감을 얻어 차량을 디자인하고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최신 기술들을 접목시켜 로마를 제작하였다.
로마는 전장 4,656 mm, 전폭 1,974 mm, 전고 1,301 mm의 크기를 가져 비슷한 세그먼트의 하드탑컨버터블인 포르토피노보다 더 길고, 넓고, 낮은 크기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우아한 형태를 지닌 1960년대 2+구조의 FR 패스트 백 쿠페 레이아웃을 가진 GT 카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순수하고 세련된 스타일링과 완벽한 비율은 자동차 힘과 스포티함을 교모하게 감추고 있을 수 있도록 하였다. 앞쪽 헤드 램프는 SP몬자에서 보여준 레이아웃과 동일하게 얇고 긴 주간주행등이 자리 잡았고 안쪽에는 매트릭스 LED가 옵션을 통해서 적용된다. 매트릭스 LED는 밝은 빛으로 앞길을 비춰주고 하이빔 사용 시 상대 차량의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대 차량만 비추지 않는 똑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전면부의 특징이자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심플하게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클래식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상어의 코와 같이 낮고 뾰족한 노즈는 강렬하면서도 스포티해 보일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공학적으로는 공기역학을 위한 설계가 적용되면서 만들어진 형상이다. 4바퀴에는 20인치 크기의 휠과 타이어가 끼워졌으며 미적으로도, 성능적인 면에서도 완벽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패스트 백으로 떨어지는 라인은 페라리의 아름다운 곡선의 미를 거대하게 표현한 듯하고 루프라인의 끝에는 심플하면서도 단순한 테일라이트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테일라이트는 기술의 발달로 전체적인 램프 어셈블리의 크기를 줄일 수 있었고 이로써 미니멀리스트 형태의 테일라이트가 적용 가능했다고 한다.
후면부는 최대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심플하면서도 단순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테일게이트는 거대한 뒤 범퍼까지 함께 열리도록 함으로써 짐 칸의 넓은 입구를 만들어주고 그랜드 투어러답게 여행을 위한 큰 짐도 쉽게 실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외관과는 전혀 다르게 클래식함은 찾아볼 수 없고 모두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인테리어에 탁월한 세련미와 독특한 개성을 적용했다. 풀-그레인(Full-grain, 층을 내지 않고 은면을 그대로 살린 통가죽.) 가죽을 이용하여 실내 대부분의 곳을 마감하였고 알칸타라,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그리고 크롬 알루미늄을 적절히 섞어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미를 강조한 것이 실내의 특징이다.
로마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페라리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성의 실내이다. 페라리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한곳으로 보거나 운전자 중심으로 맞추지 않고 운전자만의 콕핏과 조수석만의 콕핏을 따로 만들어 분리되면서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각 좌석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디자인을 이용했으며 조수석에서는 마치 부조종사와 같은 느낌을 주어 운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 단순히 운전석 옆자리는 동승자가 아니라 코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로마는 페라리가 추구하는 '눈은 도로 위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라는 철학에 맞게 설계되었다. 스티어링 휠에는 새로운 터치패널이 적용되었고 휠에서는 헤드라이트, 와이퍼, 방향지시등, 음성 제어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제어 버튼 등이 자리 잡아 운전 중에 최대한 손을 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운전자 전면에 자리 잡은 1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운전자에게 차량에 대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본적인 화면은 중앙의 RPM 게이지를 중심으로 양쪽에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정보가 자리 잡으며 운전자 설정과 편의에 따라 전체 화면을 내비게이션으로 만드는 등의 인터페이스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자리 잡은 8.4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공조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으며 이외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조수석에 앞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이전엔 차량의 속도와 RPM 정보만 볼 수 있었다면 이번엔 내비게이션, 공조기 설정 정보나 음악을 넘기는 등의 엔터테인먼트 조작도 가능해졌다.
엔진은 올해의 엔진상을 연속으로 수상한, 페라리의 자랑인 3,855cc V8기통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새롭게 개발된 8단 변속기와 결합되어 최고출력 611마력, 최대토크 76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3.4초 만에 도달할 수 있고 200km/h까지는 9.3초의 시간이 소요되며 최고 시속은320km/h에 달한다.
파워 트레인이 탑재된 기술을 살펴보면 엔진에는 터보차저 속 관성 모멘트가 낮은 콤팩트한 터빈의 회전을 측정하는 스피드 센서가 장착되어 최고 5,000rpm까지 터빈이 회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터보차저의 트윈 스크롤 기술은 최대출력을 위해 배기 펄스 압력을 증가시킨다. 또한 터빈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싱글 피스 주물 배기 매니폴드가 사용되고 압력파를 최적화하기 위해 동일한 길이의 파이프가 함께 장착된다. 유로 6D 기준에 충족하는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장착하였으며 평면 크랭크 축이 적용되어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진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이전 7단 변속기보다 크기가 작고 6kg 더 가벼운 무게를 가졌다. 드라이섬프 방식의 오일 순환으로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변속기의 오일 아키택쳐는 SF90 스트라달레로부터 파생된 기술이다. 새 클러치 모듈을 20%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전 7단 변속기 보다 35% 더 강력한 힘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변속기 소프트웨어는 강력한 ECU와 엔진 관리 소프트웨어가 잘 통합되어 더 빠르고 부드럽고 일관성 있는 변속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로운 조합으로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페라리가 직접 가변형 부스트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선택된 기어에 맞게 토크 전달을 조정하고 회전수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 강력한 힘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엔진에 전달되는 토크의 양이 7단과 8단 기어에서 760Nm의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높은 기어로 더 긴 기어비를 사용하게 되었고 연료 소비량과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부드럽고 일관된 힘을 전달한다.
로마 역시 페라리의 전통에 따라 독특한 사운드트랙을 적용하고자 했다. 배가 라인을 새롭게 재설계하였으며 후방 2개 소음기를 제거하여 테일 파이프에서 압력을 상당히 감소했고 새로운 바이패스 밸브의 기하학적 구조로 배기 압력을 또한 감소하고 음질을 향상시키는 모양으로 가공되었다.
로마에 적용된 공기역학적 설계는 모두 디자인에 녹아들었다. 시속 250km/h에서 95kg의 다운 포스를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비슷한 크기의 포르토피노보다 더 강력한데 앞쪽과 뒤쪽 하부에서 와류를 만드는 덕분이다. 앞쪽은 디자인적으로 다운 포스를 만들어내고 뒤쪽은 액티브(가변형) 스포일러가 올라와 다운 포스를 만들어 앞뒤로 차량의 균형을 맞추어준다. 스포일러는 뒤 유리 끝 쪽 페라리 로고가 위치한 부분이 스포일러이며 속도에 따라 각도 변화를 주어 공기의 흐름을 제어한다.
언제까지나 운전자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다이내믹스 기술이 적용되었다. 섀시는 신세대 모델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되었고 로마에 사용된 부품의 70%가 모두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공차중량은 1,472kg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2.37kg/cv(cv 단위로 620cv의 출력을 가짐)의 중량 대비 마력이 동급 차량 중 가장 우수해 핸들링과 차량의 반응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차량의 완벽한 자세제어를 위해 E-Diff, F1-trac 그리고 페라리 다이내믹 개선장치(Ferrari Dydnamic enhancer) 등이 포함된 슬립 컨트롤 6.0이 적용된다. 이 중 페라리 다이내믹 개선장치(FDE)는 상황에 따라 하나 이상의 휠에 대한 브레이크 압력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횡 방향 다이내믹 컨트롤 시스템이며 마네티노 RACE 모드에서만 작동한다.
마네티노는 wet, comfort, sport, race, ESC-off 5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상황에 맞게 모드를 제어하여 로마의 핸들링과 그립을 개선해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는 것에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옵션인 ADAS를 적용하여 장거리 여행에 편리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자동 제동장치, 차선이탈 보조, 교통 표지판 인식 등 운전자에게 운전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안전까지 지켜줄 수 있도록 하였다.
페라리 로마는 그랜드 투어러로써 역할과 달콤한 삶은 탑승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기술들과 페라만의 운전의 재미를 더해 로마를 만들었다. 로마의 즐거움을 소유할 수 있는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11월 14일 로마에서 첫 공개되었으며 가격 공개 후 각 나라에서 출시 행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페라리 회장 존 엘칸은 로마를 보며 전 세계 도로에서 감탄하게 될 스타일링과 퍼포먼스의 절대적 보석이라고 이야기했다. 과연 실물은 어떻고 어떤 주행능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Ferrari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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