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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도 변하고 차도 변해간다: 시거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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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YK 2020. 3.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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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로 130여 년이 흘러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인류는 자동차 산업의 시작과 함께 전통적인 의식주의 개념이 뒤바뀌고 있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의, 식, 주뿐만이 아니라 차(車)가 기본 아이템으로 우리 삶의 양식에 자리 잡은 만큼 자동차가 우리네 삶과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즉,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하는 이슈와 패션의 성격도 가짐으로써 소비자와 소통을 하는 것이다. 시대를 반영하는 이런 차의 모습에서 우리는 옛 기억을 떠올릴 수도 혹은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오늘은 '시대도 변하고 차도 변해간다' 주제의 첫 번째로 시거잭 라이터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지금은 대시보드에 없는 시거잭 라이터

 시거잭이란 자동차에 있는 외부 전원 공급용 단자이다. 시거잭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담배의 시거랫(Cigarette)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사라진 차량용 시거 라이터(혹은 시거잭 라이터)를 이 시거잭을 이용해 담배에 불을 지피곤 했기 때문에 시거잭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시거 라이터의 초기 목적은 앞서 서술했듯이 보편적인 담배 라이터의 역할이었다. 흡연에 대한 규제가 크지 않던 시절, 운전자가 운전 중 가스라이터를 사용해 담배를 피우는 것은 화상이나 기타 위험을 초래하기 쉬웠다. 이에 더욱 편리하게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시거 라이터였다. 전기를 이용한 라이터였으며 사용 방법 또한 간단했다. 시거잭 단자에 라이터를 꽂으면 라이터에 감긴 코일이 12V가 흐르는 단자와 만나 저항이 생기고 저항으로부터 열이 생기는데 이 열로 인해 꽂은 라이터의 온도가 오르게 된다. 달궈진 라이터는 시거잭 단자로부터 튀어나오는데, 튀어나온 시거 라이터를 뽑아 담배에 불을 붙이면 끝이었다. 전기로 라이터 열을 내는 것이라 화상의 위험이 적었고 나름의 편의성도 있었으나 시거 라이터에는 단점이 있었는데, 시간과 내구성의 문제였다.

 시거 라이터 속 코일은 내구성이 썩 좋진 않기 때문에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고 또 데워진 라이터가 튀어나올 때 10초 안에 담배를 지지지 못한다면 열이 금방 식어 다시 라이터를 밀어 넣어 가열까지 기다려야 한다. 단순히 밀어 넣고 튀어나온 라이터에 담뱃불을 지핀다는 절차뿐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번잡함이 있던 것이다. 이것과 맞물려 2010년대에 접어들며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규제가 바뀌어 갔는데, 현대 자동차는 흡연인구가 줄어들고 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음을 조사하여 2013년 국내 최초로 시거 라이터 대신 USB 충전기를 제공한 것을 필두로 시거 라이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게 대시보드에서 사라진 시거 라이터와 함께 차 안 곳곳에 있던 재떨이들도 모습을 감추었고 지금 시거잭은 내비게이션이나 충전 단자를 연결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시거잭 라이터가 소켓에 있었던 옛 시절
현대 자동차가 시거라이터를 없애고 USB 충전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자동차에 있던 담배 기호가 그려진 라이터를 보고 A는 이게 무엇이 지하며 궁금해할 수 있고 또 B는 이 라이터 오랜만이네 하며 들여다볼 수도 있다. 같은 시대에 같은 차를 보더라도 두 사람의 추억과 경험이 다르기에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의 간격은 마치 초등학교를 다닐 적 쓰던 교과서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유치원생들이 구경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며 시거 라이터가 이제는 더이상 보편화되지 않는 것은, 박물관에서 '그땐 그랬지' 하며 얘기할 수 있는 소소한 추억거리가 아닐까 싶다.


 

: 김윤경 에디터(yoonk7022@naver.com)
사진: carid.com, ebay.com, Oznium, young.hyundai.com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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