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기 역학 속에서 살고 있다."
공기 역학은 우리 일상 참 많은 부분에 스며들어 있다. 야구공과 축구공의 패턴, 골프공에 홈이 패어 있는 이유는 물론이거니와, 도심 건물과 항공기, 자동차 분야에는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그러나 특히 공기역학이 자동차에 중요한 것은 왜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자동차 공력(공기역학) 기술에 대한 연구의 진행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 대한 공기역학 연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속도와 연료 효율이 공기저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은 공기 저항과 공기 역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1970년, 전 세계적인 오일 쇼크 위기로 자동차 연비 효율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공기 역학을 고려한 자동차 디자인 및 설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2010년대에 들어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공기 역학 기술은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선 공기 역학이란 학문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공기 역학(aerodynamics)은 동역학의 한 분야로서 공기의 흐름을 다루는 학문을 의미한다. 특히 움직이는 물체와 공기가 상호 작용할 때의 흐름을 다루며, 공기역학은 유체 동역학 및 기체역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체 주위의 공기 유동을 이해하면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모멘트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공기의 유동과 관련되는 성질로는 속도, 압력, 밀도, 온도 등이 있으며, 이 물리량들을 공간 및 시간의 함수로서 구할 수 있고 이러한 물리량을 구하기 위해 수학적 해석, 실험적인 근사화 및 풍동 실험 등이 모두 사용된다.
자동차는 공기 저항을 이겨내고 달리는 물체이니만큼 공기 역학적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공기 저항을 받으면 받을수록 차체는 무거워지고 동일한 힘을 내도 공기 저항으로 인해 생기는 압력과 힘이 자동차 연료를 더욱 소비하게 할 뿐더러, 공기 저항이 심할수록 차량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음 역시 심하기 때문이다. 공기 저항 계수를 수치화한 것을 Cd라 하는데, 이 값은 0과 1 사이의 수치로 표현한다. 0으로 갈수록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다는 의미로, 현대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0.25 Cd~0.35 Cd의 수치를 갖고 있다. 실제로 공기역학 계수를 0.01 Cd 감소시킬 때마다 약 40kg의 무게 감소 효과를 보는 결과도 있는 만큼, 공기역학에 대한 해석과 효율적인 디자인을 포함한 공학적 설계는 자동차에 있어 필수적이다.
공기 저항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풍등 실험이 있다. 실제 차를 거대한 풍등 실험실에 놓고 스모크 바람으로 공기의 흐름을 맨눈으로 확인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실험인데, 처음부터 실제 차로 실험을 하진 않는다.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는 1/4 스케일의 클레이 모형 차로 소규모 측정을 하고, CFD(전산 유체 역학)와 같이 유체 흐름을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분석 프로그램도 사용해 수치를 해석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한다. 풍등 실험은 거대한 공력시험 측정장에서 진행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축구장 면적의 규모에 28㎡의 노즐을 통해 시속 200㎞의 바람을 불게 하여 연구팀은 지면 재현 장치를 통해 실제 주행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실험 환경에서 공기가 자동차를 만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와류가 잘 발생하는 곳의 기압 변화, 내부 부품으로 들어온 공기의 유입량과 배출량 등을 측정한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흐름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공기의 흐름을 상황에 맞게 컨트롤하는 부품을 에어로파츠(Aero parts)라 한다. 에어로파츠의 종류는 다양하고 자동차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액티브 그릴 셔터, 디퓨저,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에어 덕트, 에어로다이내믹 휠, 에어 커튼 등 자동차의 모든 각도에 존재한다.
기능뿐만 아니라 외관의 멋까지 담당: 스포일러
스포일러는 에어로파츠하면 단연코 먼저 생각나는 부품이 아닌가 싶다. 공기 저항을 상쇄하기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스포차 카의 경우, 날렵함까지 뽐내는 멋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는 장착된 위치와 기능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차량 전면에 있는 것은 프런트 스포일러, 후면에 있는 것은 리어 스포일러, 후면 끝 지붕에 있는 루프 스포일러, 작은 크기의 립 스포일러 등이 있다.
리어 스포일러를 기준으로 스포일러의 역할을 쉽게 설명하자면, '자동차가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게 해준다'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주행 중 공기에 의한 압력을 매 순간 받는다. 자동차의 전면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후면부에서 갈라져 유동 박리 현상*이 일어나는데, 후면에 유동 박리 현상이 일어나면 그 부분은 일종의 진공상태가 되어 낮은 압력을 가진다. 따라서 자동차의 전면은 상대적으로 고압을, 후면은 저압이 됨으로써 압력의 변화와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압력의 차이로 인해 자동차에는 양력*과 항력*이 발생해 차량의 접지력과 타이어의 견인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속도 감소는 물론 조향 또한 힘들게 된다.
※유동박리 현상: 자동차(물체)의 표면을 따라 지나가는 공기(유체)*입자가 표면 마찰로 인해 속도를 잃고 물체의 표면으로 부터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공기(유체): 유체의 정확한 정의는 '인가된 전단 응력(shear stress) 또는 외부의 힘(external force)에 의해 계속 변형되는 물질'을 뜻한다. 유체는 액체와 기체, 플라즈마를 포함하는 물질의 상태로, 기체와 액체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양력: 고체와 유체 사이에 움직임이 있을 때 그 움직임에 수직한 방향으로 발생하는 힘
※항력: 물체가 유체 안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며, 저항력 혹은 끌림힘
리어 스포일러는 차량 후면의 공기 흐름을 방해해 난류를 만들어 항력 발생을 억제하고, 차체가 양력에 의해 뜨지 않도록 공기압력으로 차체를 노면 쪽으로 누르는 힘인 다운 포스를 생성한다. 다운포스가 증가할수록 고속 안정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이 높아져 주행 안정성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를 탑재한 자동차가 많다. 기존의 리어 스포일러가 고정식이었다면,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는 드라이빙 모드와 차가 주행하는 속도에 맞게 스포일러의 높이 및 각도가 조절함으로써 차량 후면의 공기 흐름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여 더욱 효율성을 향상한 것으로, 현대 자동차의 속도 감응형 능동 스포일러와 포르쉐의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스(PAA), 람보르기니의 ALA(Aerodinamica Lamborghini Attiva) 등이 있다.
냉각과 공기 저항, 두 가지를 잡다: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
액티브 에어 플랩은 전면부의 그릴 안쪽에 개폐가 가능한 플랩을 설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릴에 구멍이 있는 이유는 바람으로 엔진과 부품을 냉각시키기 위함이나,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외부 공기 없이도 냉각 효과가 나타나 냉각이 불필요한 때도 있다. 냉각이 불필요한데 그릴의 구멍으로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면 공기 저항으로 인해 연비가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액티브 에어 플랩은 냉각이 불필요한 경우 플랩을 닫아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공기 저항을 감소함으로써 연비와 주행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에어로파츠다.
자동차의 평균 공기 저항 계수는 0.25 Cd~0.35 Cd 정도이다. 현실적으로 자동차가 0 Cd가 되기는 어렵다. 물고기처럼 완벽한 유선형의 자동차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0.19 Cd를 달성한 차가 있다. 바로 벤츠의 콘셉트카 Concept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이다.
IAA의 속도가 80km/h가 되거나 버튼을 누르면, 디자인 모드에서 공기 역학적 모드로 자동으로 전환되어 바디가 공기 역학적 모양이 바뀐다. 디자인 모드에서 0.25 Cd이던 값은 공기 역학 모드에서 0.19 Cd가 된다. 공기 역학 모드가 되면 전면 휠 아치의 플랩이 25mm정도 바깥쪽으로 움직여 바퀴로의 공기 유입 및 전륜 아치를 통한 공기의 유동을 개선하고, 전면 범퍼의 루버는 후면으로 60mm 이동하여 언더 바디로의 공기 흐름을 제어한다. 휠은 스포티한 5 스포크 휠에서 공기 역학적 특성을 갖는 플랫 디스크 휠로 변형되고, 후면은 후면 확장 장치로 최대 390mm까지 확장을 하여 항력을 많이 감소시킨다.
비록 콘셉트카지만 0.19 Cd라는 값을 달성한 기술력과 발상이 괄목할만하며, 벤츠뿐만 아니라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연비 효율을 향상하려는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다. 공력 개선을 위한 최첨단 기술은 지금도 개발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발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글:김윤경 에디터(yoonk7022@naver.com)
사진:Porsche, GMC, Daimler, Volvo
카테고리:자동차 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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