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 초반 기술력이 탄탄하지 못했던 폭스바겐 그룹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부상했다. 폭스바겐 그룹-아우디는 1995년 기준 국내 판매 대수 451대에서 2019년 기준 1만 1930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인지도 역시 급부상하였고, 흔히 독삼사라 불리는 경쟁 구도를 유지해 국내 세단 시장에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2020년 현재 new A5와 A6를 더불어, S6·S7·S8까지 공격적인 신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아우디는, 잃어버린 시간을 메꾸기 위하여 다시금 국내 세단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이란, 완성도 높은 디젤 엔진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업계 1위를 위해 큰 포문을 열며 장기 전략을 세우던 폭스바겐 그룹-아우디가 지난 2015년, 큰 파장을 불러온 사건을 터뜨린 것을 통해 생긴 공백기로, 바로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 게이트'였다.
거대한 디젤 게이트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때는 2013년, 교통 문제를 연구하는 ICCT(국제 청정 교통 위원회)라는 NGO(비영리단체)가 단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실험을 제안한다. 바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노상 디젤 엔진의 배출 성능을 시험하는 것. 캘리포니아의 규제 관리들은 곧 ICCT에 협력을 했으며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에 시험을 의뢰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실험은 어떠한 부정행위를 발견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의 엄격한 환경 규제 때문에 당연히 미국의 디젤 엔진과 미국 디젤 차가 독일의 그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추측성 결론을 얻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우연히도 실험에 참가한 차 3대 중 2대는 폭스바겐 사의 것이었고 나머지는 BMW였다. 실제 도로 주행 시험을 진행하며 연구팀은 결과가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발견했다. 시속 약 100Km/h로 고속도로 주행 시, 폭스바겐이 발표한 데이터와 너무 다른 값이 나온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다이나모미터로 측정 시에는 이와 다르게 정상 데이터의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험에 협력을 했던 캘리포니아 규제관들은 우선 EPA(미국 환경 보호청)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뒤, 폭스바겐에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폭스바겐 그룹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실험의 진행 방식이 문제임을 아주 까다롭게 지적한 뒤, 실험팀이 재실험을 한 같은 데이터를 들고 오면 또 다른 핑계를 댔다. 무의미한 소모전이 몇 달 동안 지속되고 결국 폭스바겐은 2010년형부터 2014년 형까지 자사 디젤 차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데이터에는 변함이 없었다.
폭스바겐은 그들의 입장을 철저히 고집했다.
실험자들의 문제입니다.
뉴욕타임스의 Danny Hakim, Aaron M. Kessler와 Jack Ewing이 기고한 글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규제관들은 전략을 바꿔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몇백만 줄의 코드 라인을 분석한 결과, 컴퓨터에서 배출 제어 장치에 비밀스럽게 서브루틴이 전송되고 있음을 알아냈다. 미국 정부는 2016년형 폭스바겐 모델과 아우디 모델에 판매 허가를 주지 않겠다고 압박한 결과, 폭스바겐 그룹은 규제를 우회하는 Defeat Device1를 설치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Defeat Device1: 차량이 정식 배출 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주행 조건에서 배출 제어를 방해하거나 비활성화하는 자동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또는 설계
미국이 사용하는 촉매 컨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저감 장치를 사용하기로 한 폭스바겐 그룹의 결정이 총 43억 달러의 벌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한 3년 동안의 감시 모니터링을 받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의 소송까지 받은 폭스바겐 그룹은 빈터 코른 대표를 사임했다.
Defeat Device가 부착된 2.0 디젤 엔진은 2015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가 생산되었고, 이중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 역시 2010년형~2015년형 A3, A4, A5, A6, A7 Quattro, A8, TT, Q3, Q5에 이르는 모델이 규제에 걸렸다. 한국은 2016년 6월부터 디젤 게이트에 연루된 폭스바겐 그룹-아우디 모델을 판매정지를 하며, 폭스바겐 그룹과 아우디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거대한 조작을 단지 말단 직원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회피한 점과 독일 자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수사 등 디젤 게이트는 많은 소비자를 농락했지만, 그러한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2016년 폭스바겐 그룹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점유했고, 2017년 역시 총 90억 유로(12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축포를 터뜨렸다.
국내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015년 3만 2천여 대의 판매 대수를 올리던 아우디는 디젤 게이트로 인해 국내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뒤로 단 962대만을 팔며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했고, 이 기간 동안 BMW와 벤츠가 도합 11만 대의 판매 실적을 내며 더욱 대비를 이루었다.
결국, 많은 계열사로 이루어진 폭스바겐 그룹의 집단 조작으로 아우디는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받았고, 이후 국내 시장은 독삼사의 균형이 깨지고 BMW와 벤츠가 수입차의 주류를 이루며 아우디는 소비자에게서 멀어져 갔다.
즉, 단기적인 이익만을 맛보기 위해 발생한 디젤 게이트는 국내 폭스바겐 그룹과 아우디에 큰 이미지 타격을 주었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아우디 코리아는 국내 이미지와 신뢰도 회복을 위해 공격적을 신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디젤 게이트 이후, 더 이상 클린 디젤을 외칠 수 없었던 아우디는 전기 차인 e-tron과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다. 과거 독삼사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아우디 코리아의 노력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글:김윤경 에디터(yoonk7022@gmail.com)
사진:Volkswagen, Audi, Wikipedia
카테고리: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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