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한때 미니에서 출고되는 차량 번호판 가드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 '미니를 놀리거나 괴롭히지 말아 달라', 작고 귀여운 외모만 보고 미니를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귀여우면서도 강력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단순히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알고 있었다면 오산이다. 실제로 미니쿠퍼는 작은 크기에 비해서 무시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오리지널 레트로 디자인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고유의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살려오는 회사들은 많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니쿠퍼이다. 각진 해치백 스타일, 동그란 헤드 램프, 수염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등등 6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그려내면서 미니의 매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나의 아이콘이 돼버린 탓일까, 미니쿠퍼의 디자인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지만 질리지 않고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아무리 레트로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미니도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미니쿠퍼에 적용하고 있다. 전면부에는 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았고 헤드라이트의 디자인은 동그란 주간주행등을 적용하면서 훨씬 뚜렷한 인상을 가져 미니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살려주는 역할을 더해주었다. 또한 초창기 모델부터 적용되어온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주변의 크롬라인이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투박하면서도 통통한 느낌의 루프라인 그리고 2도어의 기다란 문, 누가 봐도 미니쿠퍼라고 외칠 옆모습을 가지고 있다. 차량에 적용된 색상은 '솔라리스 오렌지(Solaris Orange)'로 굉장히 밝은 주황색이다. 톡톡 튀는 밝은 색이 미니의 성격과 잘 어울려서인지 최근 미니에서는 원조 격인 빨간 색상 대신 이 솔라리스 미니를 밀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차량 상단은 검은색으로 투톤 디자인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테일라이트 속에 만들어진 유니온 그래픽이 영국 자동차임을 말해주며 뒷모습은 언제나 미니쿠퍼 다운 터질 것 같은 빵빵한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각 바퀴에는 16인치 휠이 끼워져있다. 사진 속 휠은 높은 트림에 장착되는 휠이며 그나마 미니쿠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있을 거 다 있는 실내
기다란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동글동글한 센터패시아와 계기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때 센터패시아 한가운데에 커다란 계기판이 장착되어있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던 자리에는 시대에 발맞춰 8.8인치의 기다란 디스플레이가 자리를 잡았다. 그 주변으로는 둥글게 LED 무드램프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실내의 분위기를 훨씬 더 밝게 만들어준다. 하단부에는 공조기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과 그 아래에는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는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어 주행 중 조작 편의성과 함께 색다른 감성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은 차량이 차량의 크기에 비해 조금 크다는 느낌이 들며 마치 장난감같이 생긴 계기판은 간단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운전자에게 제공해야 할 모든 정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쩌면 미니 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판 속에는 다소 많은 정보가 작은 곳에 있어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약점을 대시보드 위에 놓인 HUD(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상쇄시켜주어 운전하는 데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전방 시야는 수직에 가깝게 선 A 필러와 위아래로 낮은 윈드 실드의 크기로 훤하지는 못하지만 답답하지는 않다.
도어를 열고 1열 시트를 젖히면 뒷좌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이 나온다. 이걸 어떻게 타야 하나 막막하지만 막상 몸을 구겨 넣고 나면 의외로 탈만한 공간이 마련된다. 하지만 키가 크거나 덩치가 큰 사람이 타게 된다면 굉장히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시승한 차량에는 파노라마 썬루프가 적용되어 그나마 뒷좌석의 답답함을 해소해주었다.
트렁크 공간은 매우 좁다. 수치상으로는 211L로 작은 공간을 가지고 있어 간단한 짐만 적재할 수 있고 큰 짐을 넣기 위해서는 뒷좌석을 폴딩 하면 된다.
D라고 아쉬워하지 마!
시승한 차량은 미니쿠퍼D이다. 보닛 아래에는 1.5L 직렬 3기통 싱글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있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맞물려 최고출력 116마력(PS), 최대토크 270 N ⋅ m의 성능을 발휘하며 모자라지 않은 출력을 보여준다.
디젤 엔진이 작은 차체에서 나오는 운전의 재미를 상쇄시켜 재미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디젤의 다소 늦은 반응과 소음이 거슬리긴 하지만 짧은 휠베이스에서 전달되는 운전의 재미와 디젤엔진의 저속에서 뿜어 나오는 토크가 가속력을 더해 운전을 맛깔나게 해준다. 오히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스릴감이 전해진다. 이런 주행 질감은 일상에서도 간간이 운전자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런 즐거움에서 더 강한 느낌을 받고 싶다면 시동 버튼 옆쪽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면 일반 모드에 비해 전체적인 반응이 빨라지면서 차량이 달리기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엑셀을 밟으면 차량은 모든 힘을 짜내어 최상의 성능과 가속력을 제공하고 무거워진 스티어링 휠은 어떠한 코너도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작성을 높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니가 추구하는 고카트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단순히 운동성능뿐만 아니라 운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시트 등받이의 좌우를 높여 탑승자의 몸을 감싸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용성은 좋습니다. 다만...
경유와 가벼운 차량 무게 그리고 디젤 엔진에 듀얼 클러치, 연비가 좋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미니쿠퍼D의 복합연비는 16.9km/l로 실주행에서도 연비 주행 시 17km/l, 막 밟아도 16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좋은 연비를 보여주었다. 이 정도라면 연료 사용에 있어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차량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 값을 무시할 수 없다. 미니쿠퍼D는 3천5백에서 4천만 원 사이의 가격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최근 많은 프로모션이 진행되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또한 큰 차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 미니쿠퍼가 가지고 있는 확고한 정체성으로 미니쿠퍼는 마니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구매하기에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자동차 중 하나이다. 그래도 미니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역사 그리고 퍼포먼스만큼은 동급 차량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것은 확실히 해두고 싶다. 그것이 미니쿠퍼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디터의 두 마디
미니쿠퍼D의 시승을 마쳤다. 미니의 디자인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도 꽤 많지만 미니라는 브랜드명을 가진 만큼 미니는 작은 차체 위에서 높은 공간 활용도와 뒤처지지 않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미니라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속에서 개성이 넘치는 미니쿠퍼를 다른 차량과 비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미니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모든 사진은 안전한 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이동현 포토그래퍼(yaya7070@naver.com)
카테고리: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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