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어 고급 자동차의 역할분담을 덜어냈다. 그러는 동시에 제네시스는 고급 자동차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인정받을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힘을쓰고 있다. 그런 제네시스는 과연 럭셔리 브랜드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더 전문성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따로 브랜드를 설립해 역할을 나눈다. 대부분 고성능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로 나뉘어지며 현대자동차도 고성능을 담당하는 브랜드N과 럭셔리를 담당하는 제네시스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이런 시도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결코 이른 시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브랜드들의 실패와 성공의 예시가 제대로 남아있었기에 오히려 본보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자동차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성공적으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낸 토요타의 렉서스와 인피니티를 보며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럭셔리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렉서스는 토요타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비밀 프로젝트 팀을 결성하여 연구원들에게 부자들의 삶을 체험시키며 차량을 제작하고 최상의 애프터 서비스를 보여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며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등 럭셔리 브랜드의 시작이 쉽지 않고 정착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렉서스는 말해주고 있다. 어쨋든 현대자동차는 언제가 해야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좋은 예시를 따라서, 어쩌면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자동차는 G80. 사실 제네시스라는 이름에서 G80으로 바뀐 것이지만 G80의 네이밍 체인지로 G시리즈의 시작을 예견하였고 스포츠 모델을 선보이며 고급스럽지만 스포티한 이미지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이후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를 단종시키고 국내에서는 에쿠스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로 ‘EQ’라는 알파벳을 붙여 EQ900을 출시하였다. (해외에서는 G90으로 판매) EQ900은 에쿠스를 구매하던 고객층들이 그대로 유입되어 판매량을 형성하였고 G80은 제네시스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때부터 고급 자동차의 세그먼트 자리를 잡아내면서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제네시스의 색이 드러나지 않아 하나의 컨셉이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자기만의 색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G70을 출시하면서부터. G70은 순전히 제네시스의 색을 품은 디자인과 컨셉에 맞춰진 차량이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이 이때부터 제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불어 G70의 등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연령층을 제대로 낮추는 역할을 했다. 비록 가격을 현실적인 면에서 바라보면 젊은 연령층이 구입하기 쉽지 않아보였지만 충분히 이유 있는 좋은 시도였다. 또한 G70의 국내출시과정에서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사용했다. G70의 등장을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번째 모델인 듯 홍보했고 콘서트를 열어 남녀노소 누구나, G70에 관심이 있든 없든 쉽게 접근하며 G70을 선보이고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 그리고 이제 우리는 독립된 회사이다 라는 것을 각인 시켜주는 자리를 마련하며 브랜드와 G70을 홍보하였다.
지금까지는 제네시스의 시작단계였다면 이제부턴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사실 G70도 톡특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등장했지만 젊은 연령층 공략을 위한 디자인이었을 뿐인지 G70 출시이전에 제네시스의 SUV가 될 것이라며 GV80 컨셉카를 선보였다. GV80 컨셉카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이 쏠렸고 컨셉카에 담긴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담아냈다. 당시 충격적이었던 ‘슬림쿼드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남겨주었고 ‘크레스트 그릴’과 ‘G-Matrix’라 불리는 마름모 구조로 제네시스만의 정체성을 그려냈다. 사실 당시만해도 이런 하나하나 사소한 특징들이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룩을 만들어낼지는 몰랐다. 이런 디자인 룩이 확실시 된 것은 바로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컨셉이 확립된 디자인을 적용한 이센시아 컨셉카에서 볼 수 있었다. 스포츠 쿠페 형식의 전기자동차인 이센시아를 통해서 제네시스만의 정체성을 확립시켰고 이센시아에서도 ‘슬림 쿼드 램프’, ‘크레스트 그릴’, ‘G-Matrix’가 적용되었다. 이 디자인은 바로 다음에 만들어진 양산형 모델 EQ900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G90에 적용되었다. G90은 어느 다른 자동차와 비교해도 독창적이었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시도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제네시스는 G90을 시작으로 디자인과 컨셉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제네시스는 앞으로 수년간 변함없이 신차에 적용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계단씩 차차 올라온 지금까지의 제네시스의 발전과정은 좋았다. 하지만 아직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들이 있다. 해결해나가야할 과제는 많지만 그 중 가장 급한(?) 2가지 사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확립된 정체성은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브랜드가 가진 컨셉정도만 형성되었다. 파워트레인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기대가 되거나 내세울 부분이 없는, 제네시스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대자동차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받아 사용하겠지만 현대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기술이 적용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럭셔리의 시작은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것을 누릴 수 있을 때 채워지는 만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네시스가 조금 더 신경쓰고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대리점이다. 아직까지 전국에서 제네시스 매장은 제네시스 강남, 스타필드점 등 몇 개 안되는 독립 쇼룸으로 나머지는 모두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회사니까 뭐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네시스는 고급 자동차이다. 대부분 고급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쇼룸이나 전시장 자체에서도 대우받는 듯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차별화된 공간에서 차량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소수의 독립된 쇼룸이 운영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판매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미국에도 독립된 쇼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럭셔리 자동차가 판매되는 럭셔리 쇼룸이 만들어진다면 제네시스의 이미지도 함께 상승할지도 모른다.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지만 고객들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며 고급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지금까지 다른 회사들이 쌓아올린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발버둥치며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 나가야지만 기존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 출시할 라인업과 새로운 디자인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제네시스는 새로운 패밀리룩을 구축하면서 제네시스의 이미지를 한 계단 끌어올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네시스는 새로운 브랜드로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나아가야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제네시스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력에 대한 제시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제네시스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개성과 기술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다른 력셔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저렴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토요타와 렉서스와 같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현대자동차는 비싼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런 곳에서 나온 럭셔리 브랜드라니 아무래도 기존 이미지에 대한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개성을 키워나가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면 제네시스도 럭셔리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주관적인 의견이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성공은 전 세계 사람들이 고급스럽다고 인정할 때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빛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제네시스도 세계인이 인정하는 고급 자동차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Genesis
카테고리: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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