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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가 뭐죠?

AUTMAG

by Rollingkr 2019. 10. 2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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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고 노면이 얼어 미끄러운 겨울 어느 날, 급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빙판 길에 뛰어들었다. 급한 마음에 차량을 빨리 몰다 앞차의 급정거에 급브레이크를 잽싸게 밟았다. 앞 차량과 부딪힐까 조마조마했지만 '드드득' 이상한 소리와 함께 차량이 빠르게 멈추며 사고 위기를 넘겼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눈이 내린 빙판길에서 운전을 해봤다면 위와 같은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차량이 미끄러진다 싶으면 등장해 자동차를 재빠르게 멈춰세우는 고마운 ABS. 어떤 원리로 ABS는 자동차를 빠르게 제동하는 것일까? 

ABS
(Anti-lock Brake System)

ABS는 Anti-lock Brake System의 준말로 말 그대로 브레이크가 잠기는 것을 막아주는 시스템으로  원래 자동차가 아닌 비행기와 철도에서 먼저 시작된 기술이었다. 특히 비행기에서 빠른 착륙속도로 타이어가 파열되는 상황이 잦았고 조향을 할 수 없어 이를 개선하고자 기계식으로 만들어진 ABS를 비행기에 적용하였다. 이후 비행기에도 전자식 ABS를 적용하였고 이를 본 자동차 회사들도 ABS를 적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가장 먼저 메르세데스 벤츠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가 ABS를 함께 개발에 나서면서 전자식으로 4바퀴를 독립적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ABS가 탄생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신기술로 거액의 돈을 줘야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차량에서든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전자제어 기술이 되었다.

ABS는 비행기 때문에 탄생했지만 사실 바퀴와 브레이크가 장착된 모든 탈것에서 급제동 시 발생하는 '잠김' 현상을 막아내고자 ABS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ABS의 원리를 살펴보기 전에 '바퀴가 잠긴다'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바퀴가 잠긴다는 것은 ABS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로 차량이 달리던 중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잡히면서 바퀴의 회전을 순간적으로 잡아낸다. 하지만 자동차는 달려오던 속도가 있기에 바퀴가 회전을 멈췄다고 해도 자동차의 속도가 순식간에 0km/h가 될 순 없다. 바퀴는 회전을 멈추는 순간 노면과의 접지력을 잃어 도로 위를 미끄러지며 차량을 멈춰 세울 것이다. '멈추면 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퀴가 잠기는 순간 자동차는 긴 제동거리를 가지게 되고 운전자는 차량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돌발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앞차가 급정거를 하여 덩달아 급정거를 했는데 제어도 못하고 긴 제동거리에 그대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니 ABS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급제동 시 제동거리를 줄이고 차량 조향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바퀴와 노면 사이의 접지력을 잃게 하지 않는 것이다. 바퀴와 노면 사이에서 접지력을 유지해주는 방법은 바퀴를 계속 굴려 노면과 바퀴 사이의 마찰력을 얻어내는 것으로 노면을 붙잡고 마찰력을 유지하고 있는다면 자동차는 제대로 된 제동을 할 수 있고 조향을 통해 차량의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ABS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빠른 속도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해 바퀴를 지속적으로 굴려주어 바퀴와 노면 사이의 접지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럼 자동차는 어떻게 바퀴가 잠기는 것을 알아차리고 브레이크를 빠르게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할까? 간단하게 ABS를 시스템으로 정리해보면 센서-프로세서-액츄에이터 그리고 피드백으로 통해 센서로 다시 정보가 전달되는 순서로 시스템이 동작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바퀴에는 각 바퀴의 회전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휠 스피드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휠 스피드 센서는 위 사진 속 모습과 같이 영구자석과 코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전하고 있는 링으로부터 발생하는 전자유도를 통해 바퀴의 회전 속도를 검출해낼 수 있게 된다. 검출된 신호는 ECU로 전달되어 차량이 주행하고 있는 속도와 바퀴의 회전속도를 비교해 자동차의 바퀴가 잠겼는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바퀴의 속도와 차량의 속도가 일치하지 않아 ECU의 판단으로 자동차 바퀴가 잠겼다고 파악되면 ECU는 직접적으로 브레이크를 제어하기 위해서 브레이크 유압을 조절하는 유압장치(hydraulic unit)로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유압장치(hydraulic unit)에서는 솔레노이드 밸브와 펌프를 이용하여 브레이크의 유압을 반복적으로 조절해 브레이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ABS가 동작되는 순간순간에도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통해서 현재 ABS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지, 언제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차량이 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원리와 과정으로 ABS가 동작하면서 자동차는 짧은 제동거리와 조향성 그리고 안정적인 자세로 차량을 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위 그래프를 통해서 ABS의 작동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차량이 감속되고 있는 속도보다 휠이 감속되고 있는 속도가 보다 빠른 것을 보면 차량의 바퀴가 미끄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서 미끄러지는 휠을 잡기 위해 증가와 감소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즉 ABS가 동작하여 차량의 바퀴를 브레이크를 통해서 잡았다 놓기를 반복시키면서 미끄러지는 바퀴를 제어하게 된다.  ABS가 작동 됨에 따라서 차량의 속도는 당연히 함께 줄어들고 바퀴는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게 되면서 짧은 정지거리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ABS의 등장은 단순히 차량의 급제동, 바퀴가 잠기는 현상만 잡아주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ABS가 개발됨에 따라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반복적으로 잡아내는 방식으로 자동차는 접지력을 잃지 않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고 ABS의 방식과 원리는 자동차 자세 제어 관련 능동 안전 시스템으로 거듭나 자동차 안전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슈퍼카들이 운전자의 실력과 관계없이 빠른 속도로 코너를 탈출하며 자세를 잡는 것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TCS를 이야기할 수 있다. 'Traction Control System'의 준말로 마찰력을 컨트롤해주는 시스템이다. TCS는 ABS와는 반대의 원리로 제동이 아닌 가속 시 차량의 바퀴가 마찰력을 잃어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해 바퀴의 접지력을 살려주는 방법이. 바퀴가 헛도는 차량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조향 시 차량의 안정적인 선회를 돕는 역할도 함께 한다. 차량의 선회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 스티어링 휠 조작량과 가속페달의 입력량과 차량 속도를 파악하여 좌우 바퀴의 회전 속도를 검출해 브레이크로 구동력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안정적인 선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TCS를 비롯하여 ABS와 엔진 토크를 제어하여 통합적으로 차량의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까지 ABS를 활용한 전자제어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자동차는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ABS의 원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위 사진에 있는 ABS 경고등이다. ABS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계기판에 위와 같은 모양의 ABS 경고등이 켜진다. 해당 경고등이 점등되었을 때는 ABS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재빨리 가까운 정비소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ABS를 시작으로 파생된 다양한 전자제어장치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ABS의 등장으로 운전 중 돌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줄어들면서 수만 명의 목숨을 살려냈다. 최근 자동차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ABS는 이제 자율 주행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ADAS에 적용되면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안전을 더 스마트하게 책임지게 되었다. 과연 ABS 발전의 끝은 어디일까?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Netcarshow / 이외 사진 하단 표기
카테고리: 자동차 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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