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지만 상관 없었다. 물의 정령(Water Sprit)과 함께라면 비가 내리는 날씨가 더욱 어울렸기 때문이다. "
비가 내렸지만 상관 없었다. 물의 정령(Water Sprit)과 함께라면 비가 내리는 날씨가 더욱 어울렸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내내 조금 고생을 했지만 오히려 비 속에서 찍힌 넥쏘의 모습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에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양산하는 브랜드는 총 3개. 혼다와 토요타 그리고 현대자동차로 모두 아시아에 위치한 브랜드들이다. 소수의 대열 중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양산하는 넥쏘가 단연 가장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2018년 CES에서 처음 공개된 넥쏘(Nexo)는 고대 게르만어로 '물의 정령', 스페인어로 '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소자동차 다운 네이밍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에 이어서 새로운 형식의 자동차로 등장한 넥쏘. 수소자동차임을 떠나서 넥쏘라는 모델은 어떤 차량일까?
주목받는 미래지향적 디자인
넥쏘의 디자인은 멀리서 바라봐도 눈에 띄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사실 넥쏘가 눈에 띄는 강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에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수소자동차라는 타이틀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처음 선보이는 자동차이다. 그렇기에 디자인부터 이목을 끌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탁월한 마케팅 효과와 도로 위에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자동차가 된다. 즉, 강렬한 인상을 가진 넥쏘의 디자인을 통해서 수소자동차와 넥쏘의 특별함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기억시킬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또한 수소자동차라는 미래에서 온 듯한 느낌을 준 것도 한 몫 해낸다. 아무래도 수소자동차는 앞으로 미래에 더욱 각광 받을 자동차인만큼 현재 존재하지 않는 듯한 디자인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인지 외관부터 실내까지 마치 컨셉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 포인트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전면부에서는 기다란 주간주행등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밤이면 더하다. 무광컬러가 주간주행등을 강조해주는 역할을 더 해준 것도 있지만 주간주행등이 켜진 차량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컨셉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헤드램프는 최근 현대자동차 SUV가 가지고 있는 패밀리룩 레이아웃과 동일하게 하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굉장히 밝은 빛을 비추어준다. 헤드라이트 그 아래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주행풍이 통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전면부에서 약간의 의문점을 가질만한 부분은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필요할까 싶지만 모터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료 스택에서 발생하는 열이 의외로 상당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 후 보닛을 열어보면 열기가 느껴질 정도니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넥쏘의 루프라인은 SUV와 같이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의외로 유선형 라인을 많이 사용하여 스포티한 SUV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쯤이면 왜 넥쏘는 SUV의 형태로 제작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수소저장탱크 때문이다. 큰 크기를 가지고 있는 수소저장탱크 3개와 배터리까지 장착되는데 세단 형태로 만들었다면 절대로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혼다에서 제작한 수소자동차의 경우 세단 형태이지만 적은 탱크를 가지고 있는만큼 주행거리가 짧고 미라이는 세단 형태이지만 굉장히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이쯤되면 넥쏘가 SUV 형태를 채택한 것이 탁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차량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도어캐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도어캐치를 전자식으로 넣었다 뺄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한 단계 더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넥쏘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지만 특히 뒷모습을 두고 많은 말이 있었다. 테일램프 자체 디자인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테일램프 사이의 간격과 크기가 뒷모습을 조금 심심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테일램프 내부에는 제동등과 방향지시등으로만 구성되어있고 후진 시에는 차량 가장 하단에 있는 프로젝터가 바닥에 라인을 그려 보행자가 차마 차량을 보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상단에는 보조제동등이 길게 자리잡았고 SUV 특성상 필요한 리어 와이퍼는 상단에 숨어있다가 작동하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형식으로 빗물을 닦아내어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우주선에 앉아보셨나요?
넥쏘의 실내에 앉으면 정말 우주선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든다. 앞쪽에는 7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그 옆에는 12.3인치의 AVN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두 디스플레이와 흐르는 듯한 센터페시아가 만들어낸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는 정말 압권이다. 마치 물 흐르듯 대시보드 상단에서 글로브 박스까지 이어진 센터페시아에는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버튼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 각도는 차량을 운전할 때 아주 편하게 버튼을 조작할 수 있는 각도만큼 기울어져 있다. 특히 콘솔 박스에 팔을 대고 손을 편안하게 놓으면 변속 버튼에 자연스럽게 손이 얹혀지는 구조로 나름 인체공학적으로 설게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넓은 AVN은 정말 많은 정보를 동시에 띄워준다. 7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계기판 부분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디스플레이 양쪽으로 각종 경고등, 연료와 수온 게이지는 일반 계기판과 같이 점등되는데 디스플레이와의 경계가 보이지 않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며 경고등을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지 않고 따로 물리적으로 배치하여서인지 나름 심리적으로 신뢰가 간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에서는 많은 정보를 띄워준다. 연비, 주행정보,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내비게이션의 다음 안내 정보, 주변 차량에 대한 경고 메세지, 반자율주행 현황 등 처음엔 HUD의 부재가 아쉬웠지만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모든 것을 커버해주었다.
AVN은 굉장히 길다. 듀얼 스크린으로 긴 화면을 알차게 이용할 수도 있으며 차량에 대한 각종 정보를 세세하게 띄워준다. 특히 긴 화면은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시 꽤나 높은 시인성과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와 같은 폰 프로젝션 기능을 갖추고 있고 에코 드라이빙에 대한 자세한 정보, 다양한 차량 설정을 긴 디스플레이 안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했다. 더불어 현대자동차의 텔레메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로 스마트폰에서 차량에 대한 정보를 보거나 간단한 제어가 가능했으며 AVN은 인터넷이 연결되어 충전소 정보, 빠른 실시간 교통 정보와 날씨 등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차량 내에서 받아볼 수 있다.
아쉬움 없는 실내 공간
차량 크기는 싼타페보다 작고 투싼보다 큰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간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뒷좌석 레그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앞좌석 시트 포지션을 키가 173cm인 필지의 키에 맞추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레그룸을 보여주었고 헤드룸 공간은 높은 차체로 전혀 거슬림 없었다. 또한 시트 폴딩 기능으로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짐 칸이다. 수치 상 짐 칸의 크기는 839L. 부족함 없어 보이지만 막상 물건을 실어보면 많은 짐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효율적인 연료탱크와 배터리 배치로 만들어낸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넓은 것이지만 실용성은 조금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트렁크 바닥을 드러내면 작은 자동차 용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트레이가 존재하고 완전히 걷어내면 커다란 배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소가 만들어낸 힘
넥쏘의 주행능력은 전혀 아쉽지 않다. 사실 넥쏘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크고 무거운 차체에 전기모터 나아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느껴질까 싶었지만 실제로 타본 넥쏘는 반대로 무거운 차체를 가진 만큼 더 강력한 모터로 출력을 내뱉어주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엑셀을 밟으면 아주 낮은 저음에서 고음까지 소리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듯 천천히 출력을 높여나가며 가볍게 치고 나간다. 출발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엔진 소리가 없어서인지 모르는 사이에 속도가 한 껏 올라가 있다. 가속감은 정말 뛰어나다. 안전한 장소에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악셀을 끝까지 밟았는데 그때 몸으로 전해온 가속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인상깊었다. 비록 제로백은 9초로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가속감은 대단했다.
주행감각은 나쁘지 않다. SUV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 민첩하지는 않지만 둔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넥쏘에서는 차량의 운전보다는 주행을 보조해주는 ADAS 시스템을 이야기해야 더 알맞을 것 같다. 운전을 하다보면 가끔 차량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여 운전을 돕는데 이는 차선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LKAS 때문이다. 특히 굽은 도로를 주행할 때 차량이 차선에서 조금 벗어나면 스티어링 휠이 저절로 차선에 맞춰 더 돌려주며 적당한 타이밍에 센스있게 개입해 굉장히 편리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가끔 방향지시등을 잊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상황 등이 발생하면 차량이 차선을 넘어가는 줄 알고 고속도로를 못나가게 막아버리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피로도를 줄여줄 정도로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제동 성능은 모자르지 않다. 오직 브레이크만 사용했을 때는 약간의 아쉬움을 주지만 주로 회생제동과 함께 제동을 하기에 강력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회생제동은 패들쉬프트를 이용하여 조절할 수 있는데 단계별로 잘 조절하면 브레이크 사용량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넥쏘에는 노멀, 에코, 에코플러스 3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노멀모드는 일반적인 주행을 위한 모드로 에코모드에 비해 더 빠른 반응 속도와 미세한 가속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에코모드는 효율적인 주행에 최적화되어 차량을 운행하며 노멀 모드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반응속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에코 플러스 모드는 공조기능까지 꺼지는 절전모드라고 할 수 있겠다. 수소가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넥쏘에서 가장 편리한 기능을 뽑으라 한다면 바로 자동주차 및 출차이다. 자동주차는 평행 직각 모두 가능하고 출차는 평행주차에서만 가능하다. 자동주차는 주차공간 탐색 후 차량 내외부에서 모두 조작이 가능하며 거의 완벽하게 주차를 해낸다. 비록 양쪽에 차량이 있어야지만 정확하게 주차할 수 있지만 말이다.
에디터의 두마디
넥쏘의 가격은 7천여 만 원, 하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많게는 4천 여만 원을 지불하여 구매할 수 있는 차량으로 가격적인면에서는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갖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차량이 되어버린 셈이다. 아직은 충전소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불편함도 있고 이제 막 열린 수소차 시장의 선두주자인만큼 얼리어답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건만 맞는다면 넥쏘는 충분히 매력있는 차임은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많은 넥쏘 오너들이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으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너가 바라본 넥쏘 이야기, 넥쏘의 롱텀 시승기와 오너만 알려주는 수소자동차 이야기가
'프로젝트H2'에 연재됩니다!
글: 이기범 에디터(lgb03@naver.com)
사진: 이동현 포토그래퍼(yaya7070@naver.com)
카테고리: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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