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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잠든 대한민국 대표 VIP 세단, 쌍용 체어맨

AUTMAG

by editor DH 2020. 7.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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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가을 쌍용이 벤츠와 함께 만든 고품격 승용차가 탄생합니다."
체어맨 런칭 광고 中

 

F 세그먼트의 교과서 Mercedes-Benz S-Class

럭셔리의 끝판왕 F 세그먼트

F 세그먼트는 전장 5,000mm 이상의 대형 승용차를 뜻하는 유럽의 차급 분류 방식으로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쉽 세단이 대거 포진해있는 세그먼트 이다. 대표적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도요타 센추리,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캐딜락 CT6 등의 차종이 F 세그먼트 차종이다.

벤츠의 기술로 완성된 쌍용의 플래그쉽 세단

현재 시판중인 국산 자동차 중 F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량은 기아 K9, 제네시스 G90이 있으며 과거에는 현대 에쿠스, 기아 오피러스, 기아 엔터프라이즈, 대우 임페리얼 등 다양한 차량이 존재했다. 그 중 오늘 살펴볼 차량은 현대 에쿠스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국산 F 세그먼트 투탑이었던 쌍용자동차의 최고급 플래그쉽 세단, 체어맨이다.

1997년 1세대 모델의 지면광고

German Tech & Design + Korean Brand

쌍용 체어맨이 첫 등장부터 강조한 부분은 독일의 엔지니어링, 독일의 디자인이었다. 쌍용자동차는 1990년대 초반 스바루, 르노, 볼보 등 다양한 해외 자동차 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기 직전까지 갔으나 계약 조건 등 다양한 문제로 무산되었다.

Mercedes-Benz W124 Family

그러던 중 1991년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제휴를 맺고 MB100(이스타나의 수출명)의 OEM 생산, W124 플랫폼으로 만든 체어맨, 벤츠제 엔진의 공급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1세대 체어맨의 디자이너는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갈리헨도르프의 디자인이 채택되어 독일의 기술, 독일의 디자인, 한국의 생산으로 탄생한 독일계 국산차라고 할 수 있었다.

1세대 체어맨
1세대 체어맨 실내

체어맨(W100)

"이 시대 최고의 名士(명사, VIP)를 위한 차"
체어맨 1세대 광고 中

97년 혜성같이 등장한 쌍용 체어맨은 당시 현대 다이너스티, 기아 엔터프라이즈, 대우 아카디아가 포진해있던 대한민국 대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W124의 후륜구동 플랫폼과 보쉬제 4채널 ABS(Anti-Lock Brake System), TCS(Traction Control System), ECS(Electronic Control Suspension), 싱글 암 와이퍼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이 적용되었고, 국내 최초로 40% 오프 셋 테스트에 통과하기도 하여 안전한 차량으로 유명했다. 파워트레인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2.3L 직렬 4기통 M102, 2.8L 직렬 6기통 M104, 3.2L 직렬 6기통 M104 엔진이 탑재되었고, 트랜스미션은 2.3L에는 벤츠의 4단 자동변속기가, 나머지 라인업에는 벤츠의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터치스크린 IVI까지 탑재되었던 시대를 앞서가는 차량이었다.

전기형 뉴 체어맨
최후기형 체어맨 H
최후기형 체어맨 H 실내

뉴 체어맨 & 체어맨 H(W100 F/L)

"100년 철학의 名車(명차)" 
뉴 체어맨 광고 中

시간이 흘러 체어맨은 기존의 벤츠 기반 플랫폼은 유지한 채 F/L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뉴 체어맨을 선보였다. W124 기반의 플랫폼은 바뀌지 않았지만 3.2L 엔진을 보어 업한 형태의 3.6L 직렬 6기통 엔진이 추가되어 CM700이라는 최상위 트림을 담당했다. 디자인면에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의 외관을 급진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변화시켰다. 또 프로젝션 헤드 램프, LED 리어 램프, 사이드미러 내장식 방향 지시등으로 디테일 측면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각종 편의 장비와 전자 장비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교체되어 슈퍼 비전 클러스터, 더욱 커진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발전이 존재했으나, 기어 레버 등 일부 실내 부품은 1세대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기형 체어맨 W
후기형 뉴 체어맨 W
체어맨 W 실내

체어맨 W(W200)

"대한민국 CEO"
체어맨 W 광고 中

2008년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한 체어맨 W는 메르세데스-벤츠 W124 기반 이었던 기존 체어맨의 플랫폼과는 다른 쌍용자동차 자체 개발의 고유 플랫폼으로 제작된 차량이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출시 당시 동급보다 앞서나가는 첨단 사양과 신뢰성 높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파워트레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3.2L 직렬 6기통 (XGi320), 3.6L 직렬 6기통 (XGi360), 5.0L V8 (XGi500) 엔진이 탑재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최초로 V8 5.0가 적용된 차량이었다는 점이다. 트랜스미션으로는메르세데스 벤츠의 7G-Tronic 7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국산 F 세그먼트 최초로 4륜구동 선택 사양이 출시된 점도 높게 평가된다. 보그워너(BorgWarner)사의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여 전후 40:60의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었다. VIP 세단 다운 호화로운 실내도 체어맨의 강점이었다.

가장 높은 등급인 V8 5000 리무진 기준 하만 카돈(Harman/Kardon)의 17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후석 모니터 시스템 등이 장착되어 차내 엔터테인먼트 사양은 당시 동급에서 따라올 차량이 없을 정도였다. 선행 차량과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홀드를 포함한 EPB 등도 국내 최초로 적용된 사양이다. 페이스리프트(F/L)후에는 체어맨 W 서밋(Summit), 체어맨 W 보우(BOW)에디션도 출시되었는데, 서밋의 경우 리무진 모델에서 2열 거주성을 향상시켜 2열 독립 시트, 전동 풋 레스트, 헤드 레스트 필로우 등이 추가된 사양이고, 보우 에디션의 경우 실내에 사용된 내장재 등의 가죽을 스코틀랜드의 가죽 전문 업체 Bridge of Weir(BOW)사의 가죽을 사용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만 체어맨 W도 체어맨 H와 같이 최초 출시 이후 차량의 기술적인 리뉴얼은 미미했기 때문에 이후 등장한 차량에 비해서 사양이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체어맨 신차발표회

쌍용자동차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자동차

나름의 전성기, 대우자동차 시절

1999년 산티아고 모터쇼의 대우자동차 체어맨

IMF 이후 1998년부터 시작된 대우자동차 인수합병 시절에는 대우자동차의 시그니처인 3분할 그릴을 달고 출시되어 대형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였다. 디자인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쌍용자동차 시절과 동일한 제원을 가진 차량이었다. 체어맨에게 있어서 가장 영광스러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우자동차 시절에 찾아왔다. 바로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방한 당시 국내에서 가장  대우자동차 체어맨을 의전차량으로 공급하여 3박 4일의 공식 일정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체어맨의 암흑기가 찾아온다.

쌍용자동차 최악의 사건, 상해기차 시절

 

1999년 대우그룹의 해체 이후 독자적인 워크아웃으로 회생하던 쌍용자동차는 2004년 돌연 중국의 상해기차에 매각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이후 신차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쌍용자동차의 주요 기술과 당시 개발 중이던 디젤 하이브리드 핵심기술 또한 유출되는 쌍용자동차 최대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그 무렵 2009년에는 상해기차의 고급차 브랜드 로위(Roewe)에서는 쌍용자동차 체어맨 W를 뱃지 엔지니어링하여 '로위 850'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하였다.

한반도의 합작품, 평화자동차 준마

체어맨은 남북의 분위기가 비교적 온화했던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는 남북 합작 기업인 평화자동차 준마로도 생산되어 북한땅을 누비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의 기간동안 평화자동차의 준마로 생산된 체어맨은 체어맨 H모델로, 국내에서 판매되던 내수용 차량과는 다르게 내장재와 실내 사양이 대부분 삭제되었고,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18년간 33만km를 주행한 체어맨 양산 1호차와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 VIP 세단

오리지널 체어맨이라고 할 수 있는 체어맨 H는 2015년 1월, 조용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당시 쌍용자동차 공식 판매량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에는 불과 단 1대만 판매되었을 만큼 판매량의 악화와 제네시스(BH)등 경쟁 차량 대비 경쟁력의 상실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 결국 2년 뒤인 2017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는 2018년 3월부로 체어맨 W를 완전히 단종시킨다는 발표를 하고만다.

출시 당시에는 현대자동차 다이너스티, 에쿠스를 압도하는 네임 밸류와 사양으로 국산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선두의 위치였던 체어맨은 이후 등장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단들에 비해 오래된 파워트레인과 IVI, 내장 사양 등 많은 부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체어맨 만의 강점이었던 4륜구동 옵션 또한 제네시스 G80(DH), G90(EQ900)에서 모두 도입된 점도 체어맨에게는 치명타였다.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던 쌍용자동차로선 단종이라는 최후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2018년 쌍용자동차 최종식 사장의 인터뷰에서 '체어맨 후속은 초호화 SUV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체어맨 세단을 만나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체어맨, 국산 대형 세단 시장에 한 획을 그은 명차는 이제 시대의 흐름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글: 이동현 에디터(yaya7070@naver.com)
사진: Mercedes-Benz, Ssangyong Motors, Genesis
Daewoo Motors, SAIC, Pyeonghwa Motors
카테고리: 자동차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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